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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Dec 22. 2024

비가 온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비가 많이 온다. 비가 아주 많이 온다. 그 빗 속을 두 남녀가 걷고 있다.

오후 두 시.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 우산은 하나다. 우산 손잡이는 남자가 쥐고 있다. 보아하니 둘 다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인다.

비는 오고 남자는 우산을 자꾸 자기 쪽으로 당긴다. 여자는 침묵하며 계속 걷는다. 두 커플이 걸을수록 여자는 자꾸 옷이 젖는다.

반면 남자는 우산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어깨도 젖지 않는다. 여자는 오들오들 떨기까지 한다. 여자가 이를 딱딱 부딪히다 이젠 악문 채 걷는다.

남자는 계속 혼자 우산을 쓰고 가며 여유를 부린다.
뉘 집 딸내미 일까?
이젠 젖을 옷조차 없게 되었을 때 지하철 입구가 보인다.

그 입구까지 가면서도 남자는 우산을 여자에게 받히지 않는다.

-가...
여자가 손을 흔든다.
-그래, 가...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작별을 한다.

여자가 집에 도착해 보니 엄마가 점잖게 한 마디 한다.

" 네 남자가 방금 기사와 벤츠 그리고 대치동 아파트 열쇠를 보내왔구나..."

인영이는 그 말에 대꾸도 않고
-엄마, 나 감기 들겠어.
하고 욕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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