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시나리오 개발 지원 사업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나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다. 떨어졌지만 멘토링을 받을 수 있게 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사실 면접까지 가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자존감은 없는 사람이라, 나 자신이 우스워서 발표 도중에 웃어버렸다. 역시 모자란 나의 태도이다.
나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도 어리기 때문에, 멘토님과 '영화제에 갈 수 있는' 단편 시나리오를 개발하기로 했다. 멘토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단 2주. 나는 그 시나리오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다른 단편 시나리오를 기획했고 완성했다. 나는 어쨌든 동시에 3~4개의 기획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게 큰 문제가 될까 생각했다.
멘토링은 생각보다 더 귀한 기회였다. 담당 멘토님을 제외하고 다른 세명의 멘토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었다. 나 같은 놈이 그런 분들을 뵙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너무 기뻤다. 멘토님들은 내가 2주 동안 열심히 준비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질문했다. 질문은 뭐든 상관없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 중요하다. 작가로서 이 작품을 얼마나 고려하고 생각했는가가 중요하다.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걸 기대했는데, 이걸 하고 난 다음에 작품에 에너지가 떨어진다. 다른 요소를 준비해 봐라. 등의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한 달 주기의 멘토링. 나는 그래서 뭘 준비했을까?
"생각을 열심히 해봤습니다. 결론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B라는 작품을 써봤어요. 어떤가요?"
태도의 문제다. 왜 나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까? 이전까지 나는 좋은 기획. 좋은 시놉. 좋은 연출. 이런 식으로 내 작품을 평가했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지. 2주가 아닌 두 달, 2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 시나리오에 매달려야지. 작품의 좋은 평가는 이 사람이 이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태도의 문제다.
나는 몰랐다. 나는 내 감각과 재능만을 믿었었다. 멘토님에게 너무 죄송하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1년 동안 그 시나리오를 붙들어 매겠다. 진심은 시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태도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