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간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금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가 뛰어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탄산음료를 끊는 것입니다.
2. 지난 글에서 제가 당뇨와 지방간은 같은 질환의 다른 발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질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나시나요? 이러한 역설적인 면은 생활습관 관리와 같은 비 약물적 치료에서도 드러납니다.
3. 아무래도 두 질환의 차이점을 비유해 보면 이렇습니다. 당뇨는 '평생도록 함께 지내야 할 반려자'와 같고, 지방간은 중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한, '연애'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며 하나씩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4. 당뇨 치료에서 강조되는 점은 지속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정리한 당뇨 환자를 위한 영양 요법에서도 '개인의 선호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개별화된 안을 제시하여 장기간 실천 가능한 방법을 선택' 하도록 돕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듯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이상적인 칼로리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칼로리 제한을 무조건 권장하지 않습니다. 당뇨는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하면 더 이상 신경 쓰고 살지 않아도 되는 중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생토록 꾸준히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야 할 배우자와 같기 때문입니다. 너무 엄격해서 중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조금 느슨하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5. 이와는 달리 지방간의 식이 요법은 더 분명하고 단호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이는 지방간의 생활습관 교정은 약제만큼 (혹은 약제 보다 더)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레즈디프라(THR-β 작용제)나 위고비(GLP-1Ra)가 치료제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약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짙습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릴 체중 감량 부분도 그렇습니다. 당뇨 치료에서 5% 이상 체중감량을 감량하고 유지하라는 권고안에 비해 지방간은 체중감량이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합니다.
6. 유럽 간 연구 협회, 당뇨병 연구 협회, 비만 연구 협회가 함께 내어놓은 2024년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들은 간 지방 감소를 위해 ≥5%, 간 염증 개선을 위해 7-10%, 섬유증 개선을 위해 ≥10% 체중을 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7. 체중 감량이 필수적인 이유는 체중의 감소를 통해 다름 아닌 섬유화(간경화)를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즈디프라와 위고비 전에 치료제로 인정받은 약이 없었던 이유 기억나시나요? 간의 염증은 개선시키더라도 조직학적으로는 체중감량의 효과보다 뛰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체중 감량 만으로 섬유화 정도를 1단계 이상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체중 감량은 필수입니다.
8. 당뇨병에서도 좋은 지방의 섭취를 강조했습니다만, 지방간 환자는 더욱 세심하게 지방을 골라 먹어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지방'이 '간으로 흡수되는 지방'의 성격을 결정하고 그 여파는 복합적으로 이어져 전신적인 영향으로 나타나 더욱 증폭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9. 똑같은 지방을 먹고 똑같이 소화되어 똑같이 흡수되더라도 포화지방이 월~씬 나쁩니다. 일단 포화지방은 여러 기전을 통해 전신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인슐린(김여사)의 명령을 회피한 간은 더더욱 지방산 신합성을 하게 되므로 간에서의 지방 축적이 가속화됩니다. 또한 포화지방을 대사 시키는 과정은 훨씬 염증 반응이 많이 일어납니다. 포화 지방을 처리하며 나오는 세레마이드나 DAG(다이아실글리세롤)와 같은 독성중간산물은 대사적으로 악영향을 끼칩니다.
10. 반대로 불포화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춥니다. 부들부들한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세포막은 유동성이 증가하므로 GLUT-4 등의 전달체계가 훨씬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불포화 지방산은 간에서 지방산 생산을 막고 보관되어 있던 지방산을 태워 에너지로 쓰게 합니다. 또한 불포화지방산은 간에서 LDL 수용체를 발현하게 해 심혈관계 합병증을 줄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11. 서두에서 말했듯이 지방간 환자에게 가장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은 탄산음료, 즉 과당을 피하는 것입니다.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인슐린의 영향을 받거나, 혈관 속을 떠다니며 에너지로 바로 처리되지 못하며 거의 대부분이 간으로, 바로, 흡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상하셨다시피 간으로 들어간 과당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기 위해 중성지방으로 변환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방간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특성은 마치 술과 비슷합니다)
12. 특히 설탕이 들어간 음료 형태의 식이 첨가당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탄산음료를 일주일에 4잔 이상 섭취하는 경우 지방간(MASLD) 발병 위험이 45% 증가했습니다.
13. 쌀눈을 제거한 흰쌀밥부터 밀을 간 밀가루 등의 정제 탄수화물 또한 피해야 합니다.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게 함으로써 인슐린 저항성을 높입니다. 인슐린(김여사)의 말을 듣지 않는 간은 귀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하지 않고 자꾸만 중성지방으로 저장하며 지방간이 심화됩니다.
14. 종합적으로 EASL-EASD-EASO에서는 지중해 식단을 콕 집어 추천하고 있습니다. 1)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인슐린 저항성 감소) 2)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올리브 오일과 견과류 3) 설탕이나 꿀을 쓰지 않는 방식(과당 섭취 방지)의 특징을 가진 지중해식 식단은 당뇨인에게도 매우 좋은 식사법이므로 꼼꼼히 참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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