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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알베로 Sep 07. 2024

나의 첫 번째 바이올린, 다시 마주하다.


2017년에 바이올린 제작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완성한 바이올린을 작은 누나에게

선물했습니다.



처음 다뤄보는 공구들을 사용해


주 5일 동안 1년에 걸쳐 만든 바이올린이었기에,


저에게는 의미 있는 바이올린이었죠.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저는 그 첫 번째 악기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니

미숙함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7년 전의 노력과 애정이 담긴 흔적들을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악기를 점검했습니다.



현재 추구하는 제작 방식과 차이가 컸기 때문에,


아예 앞판을 완전히 열고


앞판의 두께를 조정하고 베이스바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누나가 미국에서 생활과 적응하는 과정 속에

악기를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도 이해가 되고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동생에게 맡기면 되겠지'라는


안도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7년 전에는 베이스바 하나 붙이느라

일주일이나 고생했었는데,



이제는 끌과 도구를 사용해 베이스바를


손쉽게 제거해 가는 과정에서


또다시 회상에 잠기게 됩니다.



부족한 테크닉이었지만

7년 동안 잘 붙어 있어 준 베이스바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고요.

기존 제작 방식에 비해 앞판의 두께가

다소 두꺼워, 두께를 조정한 후


베이스바를 새로 붙일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에프홀이 눈에 띄게 작았기에


표준 사이즈로 넓혀주었습니다.



에프홀의 크기와 바이올린 내부 공간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이 떠올라,


이번 기회에 그 내용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제가 만든 악기니까요.



클램프가 없어서 직접 나무로


클램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팩 박스를 보니 줄 간섭이 있어 벽 두께를 줄였고,

너트 간격에도 문제가 있어


결국 너트도 교체하고 다듬었습니다.



시작하기가 번거로워 너트 작업은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손을 대게 되더군요.


콩쿨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던

오래된 나무로 사운드포스트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테일피스가 너무 길어 짧은 것으로 교체해

스트링 랭쓰를 맞추고


브릿지를 새로 깎고,


소리 어저스트까지 마쳤습니다.



만들고 있는 바니쉬가 완성되었다면


밝은 악기에 한 번 더 바니쉬를 칠해줬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로써 누나에게 다시 전해줄 바이올린의

모든 수리 작업을 마쳤습니다.



해마다 바이올린을 만들어오면서

악기의 퀄리티가 점점 성장한 그 시간을 떠올려보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악기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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