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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에마 Oct 23. 2024

선생님이란 호칭, 어색하지만 좋아요

개강 첫날, 학생들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셀렘과 긴장감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 설렘 속에서 그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어 나는 K-HTP(Kinetic House-Tree-Person) 검사를 준비했다. 이 검사는 집, 나무, 사람을 그리며 그들의 내면과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로, 학생들이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생각을 해석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작업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롭고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들의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 생각, 삶의 방식 등을 해석하는 동안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4주 후, 그림을 해석한 내용을 워드 파일로 작성해 편지지에 출력하고, 예쁜 편지봉투에 하나하나 담았다. 봉투에는 학생들의 이름을 적고,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썼다. 뒷면에는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작은 디테일로도 그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림검사 해석지를 담은 편지들

 


   

내가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한 이유는, 그 호칭이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나 특정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만 국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생일지라도 졸업 후에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기 때문에 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이러한 호칭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세상의 중심이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나는 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하고, 미래의 자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했다.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편지를 건네주었다. 편지를 받는 순간 학생들의 표정은 마치 무언가 기대에 찬 아이들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봉투를 열며 잠깐의 망설임이 보였고, 이어 편지를 꺼내 읽을 때 그들의 눈빛은 진지함과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내가 해석한 내용이 그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해서 나도 덩달아 긴장되었다. 이 편지가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랐다.   



 

 

"제가 그린 그림으로 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 게 신기해요!"

"저하고 (해석된) 내용이 정말 똑같아요!"     


그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만큼 결과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그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어떤 학생들은 깊은 관심과 놀라움을 보였고, 또 다른 일부는 무심한 듯 반응했지만 나는 그들 모두가 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느꼈을 거라 믿었다.

     

물론 그들은 대학생들이지만, 편지를 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다. 편지봉투를 열어 그림검사의 해석을 읽을 때 그들의 표정은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듯 반짝임이 가득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어린아이들만 예쁜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순수한 모습 역시 그에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렇게 작은 선물이지만,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내가 교육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과 고마운 마음을 볼 때 모든 수고와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만나 서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시대가 변할수록 이 점은 더욱 중요해진다. 앞으로 이 학생들은 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역할을 깨닫고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이유도,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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