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어제와 화요일인 오늘은 매우 비슷한 날이었다. 아직 주말까지는 한참 남은 만큼 대부분의 월요일과 화요일은 비슷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더욱 그랬다는 소리다. 이틀 다 오전 오후 내내 사격을 하러 갔다. 이틀 내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았고, 단풍이 들어가는 산의 나무들을 사격장에서 올려다볼 수 있었다. 분명 어제보다 오늘 산은 더 노랗거나 붉었겠지만 시간은 내 눈으로 발견할 수 없을만큼 적은 흔적만을 남겼다. 사격장은 걸어서 10분이었다. 산에 부대가 있는지라 오르락내리락을 조금 해야 했지만 그래도 40~50분은 걸어가야 했던 훈련소 때와는 차원이 다른 편리함이었다. 장비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렇지 사격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다. 특히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가장 힘들었던 사격술 예비훈련도 하지 않으니 마음이 부담 없이 편했다. 오죽 즐거웠으면 오후에는 오전에 사격한 사람 중에서는 희망자에 한해서 사격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틀 모두 오전 오후 모두 사격했다. 처음에는 사격 요령 같은 것을 전부 까먹은 채였기에 잘 못 쏴서 옆에 있는 장교님께 욕먹을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친절하게 팁을 알려주시고 장난식으로 나의 실력을 놀리기도 하셨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을 듣던 훈련소 때와는 전혀 다른 포근한 분위기였다. 인권이 보장받지 못할 때에는 그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다가 인권이 있는 세상으로 나온 후에야 그때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 법이다. 자대에 와서 훈련소 생활은 대체 뭐였을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도 그 중 하나였다.
사격은 조준, 호흡, 격발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사실 가르치기야 저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식으로 가르치지만 실제로 사격을 해보면 정조준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길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심지어 숨을 참지 않고도 사격 20발 중에 19발을 맞춘 훈련소 동기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정조준을 맞추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눈이 좋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표적이 흐릿하게 보였고, 그렇다고 표적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동심원을 이루어야 하는 원 중 하나가 금세 찌그러져 중심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난시 때문일수도 있겠다. 안경점에서 난시를 교정할 때 보면 시계의 눈금처럼 생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선들 중 어떤 방향이 더 선명하냐고 물어보는데, 이게 원이 자꾸만 한쪽 방향으로 찌그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 아닐까. 안경이나 눈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아님 말고. 원 2개의 중심과 표적, 이렇게 3개를 정렬시키는 것은 나에겐 몹시도 어려웠다. 일식이나 월식처럼 세 점이 일직선이 되는 것은 고대인들이 경외심을 느낄만큼이나 희귀한 일이라서 그런걸까. 이건 시력 뿐만 아니라 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명상을 할 때처럼 검은 배경에 흰 점 하나를 생각하고 거기에 신경을 모음과 동시에 잡생각은 비운다. 선에 들 때처럼 마음으로 완벽한 원을 만들어본다. 그렇게 표적에 총구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탕! 명중이다. 솔직히 탄창을 전부 소비할 때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집중하는 과정 자체와 방아쇠를 당기는 신중하고도 단호한 손맛은 참 좋다. 낚시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비슷한 종류의 것에 절여져 오늘은 무려 300발을 사격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과정은 재미있었다. 어쩐지 어깨가 아프길래 샤워하면서 보니 멍이 들어있었다. 사격할 때는 전혀 아픈 줄 몰랐는데, 역시 몰입은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