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방' 언저리 사유)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 하였다.
주섬주섬 챙긴 우산은
그래서 가방 속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우산의 무게는 생각보다
어깨를 더 힘들게 하였다.
버려둘까도 잊어버린 척 까페 입구에 세워둘까도
여러 생각의 가지들을
신호등 앞에서 키웠더랬다.
버려두지 못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몇십 개의 투명 파일 속 삶들이
꺼내 보기도 지치게 너무도 생생하다.
책꽂이 안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투명 파일들이
언제고 들춰 보아주길 기대하는 시간은
이제 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몇 모금의 세월이 눈꺼풀 위로 방울져 시야를 가린다.
비는 이전에 시작되어 도로를 적시고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기억난 듯
어깨를 짓누르던 우산을 떠올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꺼내어 하늘을 가릴 때
그것의 무게는
내 삶으로부터 차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