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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주 Sep 14. 2024


흐린 날

('그림책방' 언저리 사유)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 하였다.

주섬주섬 챙긴 우산은

그래서 가방 속 묵직하게 자리 잡았다.

우산의 무게는 생각보다

어깨를 더 힘들게 하였다.

버려둘까도 잊어버린 척 까페 입구에 세워둘까도

여러 생각의 가지들을 

신호등 앞에서 키웠더랬다.    

 

버려두지 못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몇십 개의 투명 파일 속 삶들이

꺼내 보기도 지치게 너무도 생생하다.

책꽂이 안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투명 파일들이

언제고 들춰 보아주길 기대하는 시간은

이제 오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몇 모금의 세월이 눈꺼풀 위로 방울져 시야를 가린다.

비는 이전에 시작되어 도로를 적시고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기억난 듯

어깨를 짓누르던 우산을 떠올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꺼내어 하늘을 가릴 때

그것의 무게는

내 삶으로부터 차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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