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 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편_29화

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by woodolee

29화_오오하라 에리카


경성에 도착한 신우가 명호와 함께 숙소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차를 타서 그런지 무척 피곤했다.


“명호야, 오늘은 일찍 자자, 피곤하다.”


“그래, 그래.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왔으니 피곤하지. 나도 그랬어. 어서 자자.”


의견 일치를 본 두 친구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이 깊어가고 그다음 날이 밝았다.



봄바람이 불면서 하얀 벚꽃이 우수수 떨어졌다.


동대문에서 십여 리 정도 떨어진 경성법학전문학교에도 완연한 봄기운이 감돌았다. 이곳은 법관을 양성하는 전문학교 인재가 모여드는 곳이었다.


한 교실에서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What we need is your passion and courage.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열정과 용기입니다.)”


여선생이 유창한 영어 발음을 선보이며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선생의 이름은 오오하라 에리카였다.


20대 후반 나이에 키가 크고 무척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공부를 많이 한 듯 지성미가 돋보였다.


짙은 반달 눈썹과 긴 속눈썹은 그윽하기 그지없었고 오뚝한 콧날에서 이어지는 입술은 촉촉할 뿐만 아니라 윤기도 있었다.


긴치마가 날씬한 몸매를 따라 부드럽게 나풀거렸다.


그녀는 미국 본토에서 영어를 공부한 유학생 출신이었다. 구 개월 전, 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와서 이번 학기부터 영어 강의를 맡았다.


에리카는 만주에 근무했던 일본 관동군 대대장 오오하라 켄타의 외동딸이었다.


오오하라 켄타는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른 인물이었다. 10여 년 전 부부 싸움 끝에 부인을 죽이고 자살했다.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에리카는 십대였고 보호자가 필요했다. 이에 아버지의 친구였던 같은 관동군 소속 다나카 테츠야가 후견인을 자처했다.


다나카는 그녀의 아버지인 오오하라와 일본육군사관학교 동기였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동고동락하는 사이였다.


“제가 에리카의 후견인을 맡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에리카를 받아들인 다나카는 그녀를 수양딸로 삼았다. 이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영어에 관심을 보이자 미국에서 편안히 공부할 수 있게 최대한으로 배려했다.


4년 후, 에리카는 미국 유학을 무사히 마쳤다. 수양 아버지인 다나카가 근무하는 한국으로 왔다.


다나카는 군에서 승승장구하여 중장(별 세 개)으로 진급했다. 현재, 조선총독부 헌병대 총사령관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다.


“댕댕댕!”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이만 수업을 마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숙제는 ….”


에리카가 학생들에게 숙제를 공지하고 가방을 챙겨서 교실 밖으로 나갔다.


교무실로 들어가더니 선생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했다.


학교 정문 앞에 다나카가 보낸 관용차가 서 있었다. 다나카의 배려였다.


그는 수양딸 에리카가 편안히 출퇴근할 수 있도록 관용차를 매일 보내 주었다.


“아가씨가 나오셨네.”


관용차 앞에 서 있던 헌병대 장교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다나카의 부관인 사토였다. 에리카가 다가오자,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하고 뒷좌석 문을 활짝 열었다.


“번번이 감사합니다. 사토님.”


에리카가 사토에게 인사하고 차에 올라탔다.


관용차가 곧 출발했다. 넓은 길을 따라서 곧장 달렸다.


10분 후 헌병대 총사령관 관저 앞에 차가 도착했다. 관저는 높은 담벼락에 넓은 뜰, 2층 고급 주택이 있는 화려한 저택이었다.


관저 주변에는 군인들이 많았다. 헌병대 총사령관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병사가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덜컹! 철문이 열렸다. 관저 정문이 열리자, 에리카를 실은 차가 넓은 뜰을 달렸다. 1분 후,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조수석에 앉았던 사토가 급히 차 문을 열고 나와 뒷좌석 문을 열었다. 그가 말했다.


“아가씨, 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리카가 차에서 나오자 현관문을 지키는 병사 둘이 정중하게 예의를 표했다.


“수고하세요.”


에리카도 그들에게 인사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그녀가 정중히 인사했다. 관저에서 일하는 하녀 요시코였다.


요시코는 20대 중반이었다. 아담한 키에 날씬한 몸매였다.


동그란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보석처럼 박혀 있었고 마치 토끼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아가씨, 시장하시죠?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도미찜을 준비했어요.”


요시코의 말에 에리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요시코!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어? 표정이 밝아졌네.”


“오늘 어머니한테 편지가 왔어요.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대요.”


요시코가 기뻐하는 낯빛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요시코 어머니 덕분에 내가 호강하네.”


에리카가 요시코의 손을 잡으며 같이 기뻐했다.


요시코는 에리카의 친구였다. 주인집 딸과 하녀 사이였지만,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였다. 옆에 사람이 없을 때는 언니, 동생 하며 허물없이 지냈다.


요시코는 에리카와 인연이 깊었다. 15년 전 에리카의 아버지 오오하라가 데리고 온 한국인 소녀였다.


요시코의 아버지는 군에서 잡일을 하다가 오발 사고로 죽고 말았다. 졸지에 과부가 된 어머니는 몸이 약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두 모녀의 생계가 막막한 상태였다.


사고가 났던 부대의 사령관이었던 오오하라는 요시코의 사연을 듣고 이를 불쌍히 여겨 수양딸로 받아주고 요시코라는 일본 이름도 지어 주었다.


에리카와 요시코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면서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를 의지했다.


그러다 에리카의 부모님이 모두 사망하는 비극 발생했다. 그 사건 이후 에리카는 친동생 같은 요시코에게 더욱 의지했다.


법원에서 에리카의 후견인으로 다나카를 지정했을 때,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요시코도 같이 가야 해요. 우리는 자매예요.”


에리카가 요시코도 같이 가야 한다며 고집을 피웠다. 자기 혼자만 다나카의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버텼다.


“에리카, 그건 당치 않은 말이야.”


다나카는 요시코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내키지 않아 거부했다.


“그럼, 저는 후견인을 거부하겠습니다.”


“뭐라고? 난 네 아버지의 친한 친구야. 내가 아니면 누가 너를 돌보겠어?”


“요시코도 같이 가야 해요.”


에리카가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다나카는 수양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를 허락했다.


“그래, 알았다. 요시코도 우리 집으로 간다. 단! 요시코는 하인일 뿐이다. 에리카를 극진히 모셔야 한다.”


“뭐라고요?”


에리카가 다나카의 처사에 반발했지만, 요시코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앞으로 에리카 아가씨를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족합니다.”


“요시코, 왜 이래? 하녀라니? 나를 정성껏 모시겠다고? 넌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이야.”


요시코가 방긋 웃었다. 그녀가 말했다.


“둘이 같이 있으면 잘 된 거잖아요, 아가씨.”


그렇게 요시코는 에리카의 동생에서 하녀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다나카 가문의 하인 중에서 서열이 꽤 낮았지만, 실상은 그 위세가 대단했다.


다나카가 애지중지하는 에리카의 최측근으로 높은 보수와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갔다.



*



에리카가 요시코와 함께 주방에 들어가 수다를 떨며 맛있게 식사했다.


잠시 후, 식사를 다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한가롭게 여유를 즐겼다.


이때, 주방 안으로 다른 하인이 들어왔다.


여자 하인의 수장인 나나코였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중년 여성이었다. 다소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나나코가 공손하게 에리카에게 말했다.


“아가씨! 지금 주인님께서 집무실에서 찾으십니다.”


“아! 그래요. 아저씨께서 부르신다고요. 요시코, 이따가 더 얘기해.”


에리카가 들었던 잔을 식탁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나섰다.


“요시코! 빨리 잔을 치우지 못해!”


에리카가 사라지자 나나코가 험한 표정으로 요시코에게 일을 시켰다.


여자 하인 중에서 나나코만큼은 요시코에게 엄하게 대했다. 그녀는 집주인 다나카의 심복이었다.


“알겠습니다.”


요시코가 나나코의 매서운 눈빛이 무서운지 급하게 잔을 치웠다.


에리카가 급한 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가 다나카의 집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에 네 명이 서 있었다.


다나카가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의 곁에는 부관인 사토가 있었다. 그들 앞에는 웬 어머니와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스즈키 여사님!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고정하세요.”


다나카가 허리를 연신 굽히며 스즈키 여사에게 공손하게 사죄했다.


“아저씨 무슨 일이예요?”


에리카가 다나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에리카! 이 학생한테 무례하게 굴었다며!”


다나카가 앞에 있는 여학생을 가리키며 에리카에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에?”


에리카가 순간 놀라서 그 여학생을 쳐다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리둥절했다.


“총사령관님! 저 아가씨가 수양딸이라고 했죠. 아가씨! 어제 내 딸한테 막말하고 손찌검을 했다는데 … 그게 기억이 안 나요? 머리가 나빠요?”


스즈키 여사가 성질을 내면서 에리카를 쏘아붙였다.


“아!”


에리카의 두 눈이 커졌다.


어제 요시코와 말다툼했던 한 여학생이 생각났다. 요시코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얕잡아 봤고, 이에 요시코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곧 둘이 삿대질하며 언쟁을 벌였다.


에리카가 어제 일을 떠올렸다.


에리카와 요시코가 저녁을 먹고 인근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왔다.


한 시간 동안 공원을 거닐며 수다를 떨었던 에리카가 출출함을 느끼고 간식을 사러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뭐야? 난 틀린 말 한 적이 없는데. 너 누구야?”


“헌병대 총사령관 관정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 하녀구나.”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예요?”


둘이 다투는 모습을 본 에리카가 싸움을 말리려 달려왔다.


“야! 내가 누구인지 알아?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 줄 알면 이 자리에서 까무러칠걸. 어서 사과해! 당장!!”


여학생이 격분했다. 일개 하녀가 자기 주제도 모르고 귀족인 자기에게 말대꾸한 것에 격분했다.


이에 한 손을 들어 여차하면 요시코의 뺨을 때릴 기세였다.


“안돼!”


에리카가 급히 달려와 여학생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건 또 뭐야?”


여학생이 에리카를 째려보고 손목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에리카가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학생!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에리카가 선생답게 여학생을 꾸짖었다. 창피를 당한 학생의 얼굴이 빨개졌다. 억울함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만 놔주세요. 언니!”


요시코가 서둘러 말했다. 앞에 있는 여학생이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 기세등등한 게 대단한 사람의 딸 같았다.


“알았어.”


에리카가 요시코의 말에 마지 못해 손목을 풀었다.


“너희들! 가만 안 둬!”


여학생이 모멸감에 울음을 터뜨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에리카가 잠시 그녀를 지켜보다가 요시코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저 학생이 요시코한테 무례하게 굴었어요. 뺨을 때리려고 해서 이를 말리고 훈계한 것뿐이에요!”


에리카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자기의 무고함을 항변했다.


“에리카! 지금 조선인 하녀를 편들려고 그러한 무례한 짓을 했던 말이냐?”


다나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심한 듯 그녀를 쳐다봤다.


“지금 당장! 스즈키 여사님과 따님에게 사과해! 여사님의 부군은 총독님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그분의 자제에게 몹쓸 짓을 하다니 …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냐!”


다나카가 에리카를 향해 성난 표정을 지으며 호통을 쳤다.


“저·····저는!”


에리카는 다나카, 스즈키 여사, 여학생의 매서운 눈초리에 억울함을 느꼈고 그들의 억압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에 고개를 돌려 다나카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때, 문틈으로 요시코의 얼굴이 보였다.


요시코는 1층 로비를 지나다 집무실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2층으로 올라와 집무실을 살폈다. 문틈으로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요시코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사정하는 거 같았다.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에리카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총독을 바로 옆에서 모신다면 총독의 최측근이었다. 최측근이라면 지위가 낮아도 그 위세가 대단했다.


에리카가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힘겹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제가 따님을 몰라보고 실수했습니다.”


에리카가 스즈키 여사에게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사죄를 뜻을 표했다. 그리고 자신과 다퉜던 여학생에게도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학생, 미안해요. 그때는 흥분해서 실수하고 말았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에리카가 울분을 삼키며 사죄의 뜻을 표했다.


“자! 이만하면 됐지요.”


이 정도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다행인 듯 다나카가 서둘러 스즈키 여사의 안색을 살폈다.


“좋아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총사령관님.”


스즈키 여사가 거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자기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나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억울해서 울분을 삼키는 에리카를 보고 안쓰러운지 그녀에게 다가가 달래기 시작했다.


“에리카! 저분의 부군은 총독님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실세 중에서도 으뜸이란다.

그분에게 밉보이면 너나 나나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좀 기분이 상하더라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아저씨가 예쁜 옷을 사 줄 테니 바로 시내에 나가자.”


다나카가 기분이 상한 에리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두 손을 비비며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문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요시코가 에리카를 달래려 집무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오늘 일의 화근인 요시코를 본 다나카가 화가 치밀어 크게 소리쳤다.


“요시코! 이 일은 다 너 때문이다! 한 대 맞고 조용히 있으면 아무 탈 없이 끝날 일인데 ….

왜 네 주인까지 끌어들여 이런 사단을 만드는 거냐!”


다나카의 모진 호통에 요시코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아저씨, 전 괜찮아요. 다 제 잘못이에요. 요시코는 아무 잘못 없어요.”


에리카가 간곡하게 말했다. 요시코를 감싸 안고 애써 웃어 보였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만 가볼게요.”


그렇게 요시코의 팔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나카는 황급히 사라지는 에리카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중얼거렸다.


“왜 저런 건방진 조선인 계집애를 집에 들여서 이런 분란을 만드는 거야!”


다나카가 한심한 듯 혀를 찼다.


“다 아가씨의 심성이 고와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다나카의 옆에 있던 사토가 상관의 상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지! 조선인을 어릴 적 동무라고 … 저렇게 챙기는 것을 보면 정이 많기는 해.

제 엄마를 닮아서 저렇게 아름다운데 성격은 딴판이군. 엄마는 정나미가 없었지. 그때를 생각하면 허, 참!”


다나카가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생각나는지 급하게 담배를 찾았다.


이에 사토가 재빨리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그에게 건네고 불을 붙였다.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던 다나카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허연 연기를 입 밖으로 길게 내뿜었다.


사토는 다나카를 잠시 바라보다가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관문 앞에 에리카와 요시코가 있었다.


그가 눈을 크게 뜨고 둘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에리카가 요시코에게 말했다.


“요시코, 나 밖에 잠깐 나갔다 올게.”


“그럼, 같이 나가요.”


요시코가 에리카의 소매를 붙잡고 말했다. 에리카의 안색이 너무 어두워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니, 그냥 혼자 갈래. 금방 돌아올 거야. 나오지 마.”


에리카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요시코에게 말했다.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에리카가 뜰을 걷기 시작했다.


“언니!”


요시코가 에리카를 불렀다.


쓸쓸하게 밖으로 나가는 에리카를 보면서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언니가 자기를 위해 앞장섰다가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하고 꾸지람을 듣고 말았다.


요시코가 힘을 내려는 듯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아가씨! 그럼, 일찍 들어오셔야 해요. 어둡기 전에 돌아오셔야 주인님이 걱정하지 않아요.”


“알았어. 일찍 돌아올게.”


에리카도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밝은 표정의 요시코를 보고 기분이 풀어졌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29화현판 소설_간도에서 온 사나이 1편_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