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에서 온 사나이_피빛 운석과 복수의 화신
신우의 몸에서 새 파란빛이 강하게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철을 만났을 때 타오르던 새파란 분노의 불꽃이 더 강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깡패들이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우의 몸을 감싸는 기이한 새 파란 빛에 모두 놀라서 동작을 멈췄다.
그때, 바닥으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깡패들이 놀란 나머지 몽둥이를 떨어트리고 한 발씩 뒤로 물러섰다.
신우가 일어났다. 눈에서 검은색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구산 절벽에서 흘렸던 눈물이었다.
“명호야! 명호야!”
신우가 간절히 명호를 불렀다. 명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휴우~!”
신우가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흥분해봤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10초 후
신우의 몸에서 활활 불타오르던 새파란 빛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신우가 귀를 쫑긋했다. 소리로 상황을 파악했다. 발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 등을 느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어서 해치워!”
두목이 용기 내서 소리쳤다. 신우 몸에서 불타오르던 새 파란빛이 사그라들자, 안도의 숨을 내쉬고 외쳤다.
그는 신우가 무슨 마술을 부렸다는 생각했다. 이에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계속 소리치며 부하들의 등을 떠밀었다.
“어서 잡으라고!”
“알겠습니다.”
두목의 말에 깡패들이 정신 차렸다. 다시 몽둥이를 쳐들고 신우에게 다가왔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그 소리가 커졌다.
신우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앞과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쿵! 쿵!
뒤이어 몽둥이로 바닥을 때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건 지척에서 들렸다. 적이 가까이 있었다.
순간!
휙 소리가 들렸다. 몽둥이 하나가 바람을 가르며 신우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위기였다.
몽둥이가 신우 머리에 닿으려는 순간, 탁! 하며 뭔가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왼손으로 몽둥이를 꽉 잡았다. 본능적인 감각이었다.
“젠장!”
당황한 깡패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우 얼굴에서 왼쪽이었다. 10시 방향이었다.
신우가 그 방향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오른손을 뻗어 깡패의 옷깃을 꽉 잡았다.
“잡았다!”
신우가 회심을 미소를 지었다.
당황한 깡패가 신우의 손을 뿌리쳤을 때, 바로 그 순간! 용수철처럼 위로 치솟았다. 번개처럼 내려오면서 깡패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악!”
커다란 비명과 함께 깡패가 날아갔다. 가게 유리창을 산산조각내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뭐, 뭐야 이거?”
다른 깡패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척 당황한 목소리였다.
신우의 뒤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신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 몸을 획 돌려 깡패의 숨소리를 찾았다. 바로 앞에서 그 소리가 들렸다.
숨소리뿐만 아니라 발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가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적이 도망치는 게 분명했다.
“야아!”
신우가 큰소리를 지르고 왼 다리를 높이 쳐들었다. 몸을 빙글 돌리더니 왼발로 허공을 갈랐다.
“으악!”
다시 비명이 들렸다. 신우의 왼발이 깡패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깡패가 가게 벽으로 날아갔다.
쾅! 소리가 크게 들렷다. 가게에 쌓아놓은 가마들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피하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신우가 그 소리를 찾았다.
급하게 뛰는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신우의 활약에 깜짝 놀란 두목이 가게 밖으로 냅다 줄행랑치고 있었다.
“이놈!”
신우가 크게 외치고 발소리와 숨소리를 따라갔다. 번개처럼 뛰어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도망치는 놈을 잡으려 오른팔을 쭉 뻗어서 손가락을 쫙 펼쳤다.
쫘악!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우의 손에 깡패 두목의 옷자락이 잡혔다.
“어! 이런!”
두목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목은 명호와 점원, 신우를 두들겨 팬 장본인이었다.
신우가 다른 손을 쭉 뻗었다. 두목의 뒷덜미를 꽉 잡았다. 이를 악물더니 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두목의 몸이 쭉 올라갔다. 허공에서 바둥거렸다.
“살려주세요, 선생님! 잘못했어요!”
신우의 귀에 간절한 외침이 들렸다. 신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명호와 점원을 두들겨 팬 그를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이에 있는 힘껏 내팽개쳐 버렸다.
쾅!
큰 소리가 다시 들렸다.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두목이 마치 뭉개진 두부처럼 사지를 쫙 벌리며 뻗어버렸다.
“아니? 어떻게 저런 일이!”
가게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다카하시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깡패 두목이 웬 놈에게 처참하게 당하고 있었다.
명호를 혼내야 할 깡패들이 오히려 박살 나는 모습을 보면서 분을 참을 수 없는지 치를 떨었다.
옆에 타고 온 차가 있었다. 차로 올라타더니 시동을 걸고 신우를 향해 차를 몰았다.
“이놈! 한번 혼나봐라. 흐흐흐!”
다카하시가 신우를 혼내줄 요량으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신우의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물체가 아니었다.
“이게 뭐지?”
신우가 몸을 돌려 상황을 파악했다. 분명 거대한 물체가 달려오고 있었다. 신우가 이를 악물었다.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어떤 상대라고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당할 만큼 당했다.
“어라? 이놈 자식이!”
신우를 겁주려 차를 몰았던 다카하시의 두 눈이 커졌다. 신우가 도망가지 않고 이에 맞섰다.
“젠장!”
다카하시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떨린 나머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고 말았다. 그러자 차가 미친 듯이 신우를 향해 돌진했다.
시장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명호네에 사는 가엾은 맹인 청년이 맹렬하게 달려오는 차에 치이기 일보 직전이었다.
“억!”
비명이 들렸다. 신우가 돌진하는 차에 부딪혔다. 그때 본능적으로 차 범퍼를 꽉 잡았다. 그래서 튕겨 나가지 않았다.
차가 신우를 끌고 자욱한 먼지를 내며 맹렬한 속도로 시장 바닥을 가로질렀다.
시장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도망 다니느라 바빴다.
차가 수십 미터를 미끄러지면서 철물점 안으로 들어갔다.
신우는 차와 충돌할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에 수 초 동안 실신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차를 세우려 했다. 하지만 발이 미끄러워서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다.
등 뒤로 철물점 벽이 보였다. 아주 튼튼한 벽이었다.
차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으로 돌진했다.
쾅!
지축을 울리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렸다. 철물점 벽에 부딪힌 차가 그 자리에 멈췄다.
차 바퀴가 계속 헛돌았다.
“으으으~!”
벽과의 충돌로 잠시 정신을 잃었던 다카하시가 깨어났다.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두리번거리다가 사태를 깨닫고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신우가 차와 벽 사이에 꽉 끼어 있었다. 두 눈에서 검은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뿌연 먼지가 가득했다.
“헉! 세, 세상에!”
다카하시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을 감당할 수 없는지 운전대를 꽉 잡고 벌벌 떨었다. 차를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신우는 여전히 차와 벽 사이에 깔려있었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핏자국 범벅이었고 의식을 잃은 듯 미동조차 없었다. 신우의 몰골은 차마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차 밖으로 나온 다카하시가 신우의 처참한 모습에 두 다리를 벌벌 떨었다.
그는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지만 떨리는 사지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깨어난 신우가 두 눈을 부릅떴다. 검은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두 손으로 차를 밀었다.
차가 조금씩 움직였다.
신우는 등 뒤에 있는 튼튼한 벽을 버팀목 삼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힘을 자아냈다. 그렇게 있는 힘껏 차를 밀어버렸다.
가게 밖으로 차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갑자기 차 소리가 들리자 도망가던 다카하시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난데없이 차가 굴러왔다.
“아이고!”
깜짝 놀란 다카하시가 옆으로 피했지만, 차가 주인을 쫓아갔다.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다카하시를 덮쳤다.
차에 깔린 다카하시가 괴로움에 크게 외쳤다.
“아이고 사람 살려! 숨이 막혀! 제발!”
다카하시의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철물점으로 몰려왔다. 가게 안에 쓰러져 있는 맹인 청년을 발견하고 그를 부축해서 밖으로 나왔다.
시장 상인들은 명호네 맹인 청년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오늘 당한 봉변을 보고 그 모습이 너무나 처참해서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살려줘! 제발!!”
차에 깔린 다카하시가 살려 달라고 계속 울부짖었다. 하지만 무거운 차를 들기 위해서는 장정 십여 명이 필요했다.
잠시 후, 건장한 사람들이 몰려와 차를 들었지만, 다카하시의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모질게 소작농과 시장 상인들을 괴롭히다가 그렇게 죽고 말았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전하려 명호네 가게로 달려갔다. 맹인 청년의 소식을 알려야 했다.
“신우가 어디에 있지?”
명호가 점원의 부축을 받으며 신우를 찾았다. 그러다 이웃집 점원의 등에 업힌 신우를 봤다.
그가 울먹였다. 처참한 몰골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신우를 보면서 울분을 삼키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신우야! 나 때문에 네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제발!!”
명호의 처절한 울음이 시장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신우는 명호의 가게로 옮겨졌다.
**
명호가 수건에 물을 적셨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신우의 얼굴을 닦았다.
“제발! 신우야, 다시 일어나라. 너는 불사신이잖아!”
명호의 간절한 외침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푸른빛이 나타나 신우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신우가 점차 회복했다. 그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고 점점 깊어져만 갔다.
명호는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고개를 흔들며 잠을 내쫓았다. 친구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과 검은 눈물을 계속 닦아냈다.
수건을 여러 번 빨았지만 검은 눈물은 밤새도록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왔다.
상쾌한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에 명호가 잠에서 깼다. 밤새 신우를 간호하다 벽에 기대 잠깐 잠이 들었었다.
“아니! 신우가 어디 갔지?”
자리에 누워있던 신우가 보이지 않았다. 명호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 햇살이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쏟아졌다. 가게 밖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신우였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만끽하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낀 듯 뒤로 돌아섰다.
“괜찮아? 신우야!”
명호가 신우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 별 탈은 없어 보였다. 이젠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 같았다.
신우의 눈에서는 여전히 검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옷자락이 검게 물들 정도였다.
“무리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자. 신우야.”
명호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신우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 눈물이!”
눈물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다. 연탄처럼 새까맣던 눈물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명호의 두 눈이 수박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차츰 맑아지더니 이내 아침이슬처럼 밝게 빛났다.
깨끗한 눈물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신우야! 괜찮아?”
명호가 신우의 영롱한 눈물을 보고 크게 외쳤다.
“명호야! 벌써 어른이 됐구나!”
신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젠 네가 보여! 이 세상이 보여!”
신우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두 팔을 힘차게 벌렸다.
“뭐라고?! 내가 보인다고?”
명호가 깜짝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왼손을 들고 중지와 검지를 들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우야! 내가 손가락을 몇 개 들었니?”
“바보야! 두 개잖아. 가운데와 둘째 손가락을 들었잖아. 하하하!”
신우가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드, 드디어! 눈을 떴구나!”
명호가 신우에게 달려갔다. 신우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20여 년간의 기다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두 친구가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어제와는 달리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하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일이 있구나!”하고 덩달아 기뻐서 손뼉 치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분, 오늘 제가 한턱을 내겠습니다! 마음껏 마시고 즐깁시다! 하하하!”
“와아!”
명호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공짜 음식과 술 생각에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판 거한 잔칫상이 차려졌다. 고기와 술, 떡 등 맛난 음식이 가득했다. 잔치는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불쌍한 맹인 청년이 눈을 떴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기적이라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명호는 이웃 상인들과 술을 나누며 거나하게 취했고 신우는 입맛이 돌아왔는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렇게 신우와 명호는 오늘을 기념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첫 번째 날이라 생각하며 그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