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했던 연애방식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다른 연애방식을 추구한다.
불같고 다채로운 연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심심해도 평안한 연애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완벽히 후자이다. 좋아하는 감정, 서운한 감정, 싸웠다가 화해하고, 밀당도 해서 '내가 진짜 연애를 하고 있구나. 연애가 내 일상의 전부다.'라는 감정은 나한테 너무 과한 것 같다. 이런 연애를 하면 몸도 마음도 금방 지쳤을 거고, 이렇게 오래 만나지도 결혼까지 가지도 못했을 거다. 나는 연애도 하면서, 내 커리어도 신경 쓰고, 내 취미도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는 일상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내 모든 걸 존중해 주는 밀당 1도 없는 남자를 만나 바다같이 평온한 연애를 했다. 이건 나에게 행운이다.
하루에 전화 1통, 카톡 1번의 연락빈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에 비해 연락을 연인 간 연락을 대체적으로 많이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연락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미리 일상이나 약속을 공유해 주고, 서로에게 걱정될만한 요소를 크게 만들지 않는다면, 연락빈도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잘 일어났는지 생존여부를 확인했고, 일과가 끝나면 자기 전에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카톡을 자주 하는 것보다, 목소리 한 번 듣는 전화가 더 편해졌고, 남자 친구와 나는 연락의 암묵적 룰에 동의했다. 이 시간에는 항상 운동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공부를 하는 그의 일상이 너무 루틴화되어있어서 연락 때문에 싸울 일이 없었다. 일상을 미리 공유해 주는 루틴남 때문에 나는 너무 만족하는 연애를 했다.
공원산책을 좋아하는 뚜벅이 연애도 좋았다. 차 있는 연애를 해보면, 차 없는 사람은 이제 못 만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나는 아쉽게도 내가 차가 없었고, 나 또한 차 있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 차가 없다. 남친은 회사를 걸어 다니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 당연히, 데이트하러 갈 때도, 대중교통이다. 한 번은 양평에 있는 두물머리에 핫도그를 먹으러 가겠다고 했었는데, 서울에서 거의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던 거 같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버스정류장에서 웃기다며 얘기했던 겨울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바웃타임을 보고 블라인드 데이트를 해보겠다고 파주까지 갔을 때도 비가 왔는데, 천안에서 파주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지만, 옆에 남친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한 번도 차가 없음에 불만을 가진 적 없었고, 아직은 차 없이 충분히 버틸만한 상황이다. 비교적 젊은 날에 돈 없이도 누릴 수 있는 것들 누리면서, 돈도 아끼고 그 돈 더 모아서 미래에 더 잘살고 싶다. 남친도 이와 관련해서는 나랑 같은 생각이다.
돈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소비 생활도 남친은 다행히 나를 잘 따라와 줬다. 사실 돈에 관해서는 남친은 나와 사뭇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남친은 그냥 돈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세뱃돈이랑 용돈은 스스로 관리하게 해 줘서 그런지, 내 돈을 쓰기보다는 모으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기 전 모아놓은 돈이 천만원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받으면 쓰지 않고 무조건 모았던 것 같다. 통장에 찍힌 금액이 올라가는 걸보는 걸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반면 남친은 모든 돈을 아끼지 않고 써댔다. 용돈도 대학생 때 90만 원 정도 받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돈을 다 쓰고, 통장에 따로 모은 돈은 없었다고 했다. 되돌아보면, 나를 포함 아는 동생과 친구들에게 밥 사는 걸 좋아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연애 중, 어느 순간 스스로 돈을 모으지 않으면, 언젠가 나랑 트러블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돈을 모아가기 시작했다. 나랑 연애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내가 어떻게 돈을 모으는지 어느 정도 돈을 쓰는지 느꼈나 보다. 지금은 남친이 재테크에 더 적극적이다. 주식도 공모주도 남친 덕분에 시작하게 되었고, 행복주택에 살면서 아파트 매수도 알아보고 있다. 참 용됐다 이 남자. 내 덕분에 이렇게 바뀔 수 있었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미안하지만 나는 담배를 극혐 한다. 왜인지 나랑 같이 살아가야 할 배우자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용납이 안된다. 남자 친구는 담배도 안 하고, 술도 안 한다. 우리 아빠가 술 안 하는 부분은 조금 아쉬워하지만, 나는 요즘시대에 술담배 모두 안 하고 꾸준히 헬스만 하는 이 남자가 진국이라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같이 가다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담배냄새 싫어하는 줄 알고, 손잡고 같이 뛸 정도니깐 말이다.
종교가 무교인 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점, 집안 경제사정이 부족하지는 않은 점, 집안에서 자식들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점 등 모든 것들이 다행히 맞았고, 좋았다.
돌아보면 내가 원했던 친구 같은 편안한 연애였고, 나도 모르게 내 니즈를 채워주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