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특별하단다, 어디 가요?

#4

by 승구

제주도에 온 지 하루 이틀 삼일 넉삼 너구리... 지금 이 상태이다. 나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엄마가 그랬다. “제주도는 뭐 하려고 가?” 엄마는 종종 내 마음을 미세하게 찌르는 질문을 한다. 엄마는 공격한 게 아닌데

나는 아직도 엄마 앞에서 3살짜리 꼬마다. 바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찔림을 당한다. “왜? 가서 돈이나 팍팍 쓰고 올까 봐?”

엄마는 단 한마디로 나의 두려움을 꺼내 버렸다. 꺼내면서도 알았다. ‘또, 당했다. 아차차.’

의미 없는 게 싫어서, 이곳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길 바라서, 제주도에 오기 전 나는 이곳에 오는 이유를 명확하게 만들려 애썼다.

거창하게 주제도 정해봤다. ’ 멈춰버린 시간 속 몰입‘ 이 주제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너다. 무슨 뜻이냐. 그래서 왜 가는 거냐.

라는 반응들이었다. 여의치 않았다. 그들은 나의 삶을 모르고 내가 무엇에 괴로워하는지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하기엔 너무 오래되었던 나의 고민들이고 감정들이며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

설사 설명을 한다 해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인간은 할 수 없는 범주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에게 그 정도는 바라지 않는다는 마음이 생겼다.

엄마는 내게 그랬다. “아니~ 네가 후회할까 봐서 그렇지.” 너무 싫었다. 내가 고생한 나를 위해서 뭣 좀 해보려 하면 엄마는 늘 부정적이다.

‘잘될 거야.’ ‘그래 좋은 경험일 거야.’ 그런 말들도 수없이 많을 텐데.

그리고 제주도에 온 지 5박이 되었을 때, 엄마가 나를 잘 아는구나. 나는 엄마의 말이 부정적이라는 생각 보단 사실 나를 잘 알아서 무서웠던 거였다.

엄마의 말대로 되기 싫어서 사실 그 말에 내가 부정한 것.

여기 와서 보니 특별한 게 없었다.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내 삶에 적응을 못해서 나아가기 두려워서 다른 곳에 가서 특별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으로서의 제주도는 좋았다. 집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구멍 뽕뽕 뚫린 돌담들, 쉼 없이 바다와 나무들을 간지럽히는 바람, 어딜 가든 맛집과 힙합카페들.

근데 나는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니었거든. 미세하게 내 하루에 만족하지 못했었는데 그것 좀 더 느껴보고 집중하고 싶어서 왔었다.

한편으로는 예상도 했었다. 원하는건 그곳에 없을것 같다고.

근데 누가 많이 말하던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망하는 걸 두려워 마세요 “

이렇게 또 배우는 거지. 사람 사는 곳 다 똑같고 네가 바라는 이상은 현실에는 없다. 아 참, 있을 순 있어. 네가 만든다면! 한번 만들어봐 나도 기대되네?

그것 참 특별하다. 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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