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를 찾습니다. 소금을 못뿌렸어요]
때는 20대 중반, 뜨거운 여름날 남중으로 교생을 나갔고
허름한 교무실 하나를 빌려 만든 그 공간에 각 학교에서 교생하고자 모인 사람들끼리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남자는 둘, 여자는 여러명이었다. 여자들은 서로 어색한 칭찬을 주고 받으며 사회 생활을 했고 남자 둘은
분위기를 살피는 듯 했다. 그 중 한 명은 체교생이었는데 누가봐도 교생하기 싫은 데 억지로 이수 시간을 채워야 되니까 나온 듯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버지가 잘나가시는 분이셔서 교장한테 잘 봐달라고 이야기 했다나 뭐라나 그런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 이 남자가 문제의 그 남자다.
평생 내 앞길에 찜찜한 재를 뿌린 그 남자.... 지금도 어디 마주치기만 해라 하는 심산이다.
이 남자는 수학을 전공했다. 얼굴은 얄쌍했으며 수학 문제를 밤새 풀었는지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나름 교생이라 양복을 멀끔하게 입고 왔는데 교생이 아닌 몇년 차 과장님 같았다. 이 말을 해줄걸..
교생 기간은 한달이었고 교생하는 내내 담당해주시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화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점차 친해진 우리는 서로의 연애 상담까지 서스럼없이 해주며 하하호호 쉬는 시간마다 여담을 펼쳤다. 다들 다양한 나이대였고 20대 후반, 30대인 여자분들까지 있었기에 연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까지 흘러갔다. 당시에 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서로의 첫사랑이었기에 순수했던 나는 우린 결혼하겠구나
늘 믿고 생각했다. 그 날도 그렇게 서로의 남자친구, 결혼, 심지어 아이교육까지 할 일 없는 교생들은 모여서
이 얘기 저 얘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자 교생 동기의 고민 상담 타임이 시작되었고, 이상하게도 수학과 과장님이 이 여자분의 연애 상담에 열을 올리며 의견을 높였다. 지금 생각으로는 과장님이 이 여자분을 마음에 들었을지도...
이야기인 즉 대학원 졸업 후 30대를 바라보던 여자분은 결혼 할 남자를 찾는다고 했고 흘러흘러 우리 중에 누가 가장 인기가 많고 결혼하고 싶은 여자인가 투표로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화난다. 남자가 두 명 밖에 없었던지라 그 둘은 이 공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자들이었고 항상 우쭐되었었다.
투표를 하며 누가 더 현모양처 감이며 이런저런 덕담들이 오가던 중 그 멘트가 나왔다. 과장님 입에서.
"사실 00씨랑 00씨를 비교하면 00씨는 남자들이 보기에 연애하기 좋은 타입이고 00씨는 결혼하기 좋은 타입이지" 이 악담은 결혼이야기로 항상 파토나던 내 연애의 끝자락에 항상 생각나는 징크스같은 멘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