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야
첫사랑 :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첫사랑은 두 명의 사람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이라는 단어에 첫 이라는 관형사를 붙였을 뿐인데 그 사랑은 너무나 애틋하고 청초하고 순수해 보인다. 처음이라는 것은 모든 게 낯설다. 처음 걸음마를 뗄 때 한 발 한 발 두렵지만 용기 있게 내디뎠던 것처럼, 처음 말을 할 때 또렷하진 않지만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첫사랑도 그렇다. 사랑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저 이 사람이 소중하고 보고 싶고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서툴지만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표현한다.
나의 20대 첫사랑도 그렇게 시작하였다.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버스 정류장 앞에서 고백을 받았고 그렇게 우리는 생애 첫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첫사랑인 커플이었다. 그래서 둘 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늘 서툴렀고 낯설었다.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 맞지? 그럼 오늘부터 1일인 거야?
사랑에 서툰 우리는 '오늘부터 우리는 1일'이라는 공식적인 기념일을 먼저 선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글거리는 멘트인데 그때는 이 멘트가 어찌나 설렜던지. 100일이 언제인지 1주년이 언제인지 미리부터 기념일을 세어가며 설레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참 신기했다.
내 인생에 새로운 사람 하나 만났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단조롭던 세상이 알록달록 무지개 빛으로 바뀌었다. 자다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점심을 먹어도 제일 먼저 생각나고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면 내 이야기의 중심은 온통 그 남자뿐이었다.
멀리서 걸어만 와도 설레고 같이 잡는 손이 하나인 게 아쉬워서 우리는 늘 두 손 다 맞잡고 걸어 다녔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다니나 싶을 만큼 서로 콩깍지가 푹 씌었던 우리는 서로가 첫사랑인 커플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밤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버스로 몇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를 나를 보러 걸어왔었고 책만 펴도 얼굴이 아른거려서 공부를 못하겠다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우리는 주고받았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은 찬란하고 빛났다. 그리고 감사했다. 너무나도 벅차고 행복한 기억의 첫사랑이어서.
우리가 헤어지고 몇 년 뒤, 우연히 닿은 연락에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 그 남자는 말했다.
"너는 나의 20대였던 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