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존감과 자존심은 비례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란 여자는 엄청나게 긍정적이고 씩씩했다. 그런 씩씩함이 눈에 거슬렸는지 학창 시절에 나는학교 폭력을 당했다. 소위 일진이라는 무리에게 쉬는 시간마다 끌려가서 괴롭힘을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지각 한번 없이 등교했고 늘 티 내지 않고 씩씩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학창 시절에 일정 기간 동안 지독히도 심하게 왕따를 당한 줄 지금까지도 모르신다.
아이러니하게 나중에는 나를 괴롭히던 일진들도 꺾이지 않는 내 씩씩함과 광기 어린 긍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흥미를 잃었는지 나를 괴롭히는 짓을 그만두었다.
어린 나는 독했을까? 아님 씩씩했을까? 뭐가 나를 그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자존감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 강했다. 어린 나이에 왕따를 당하는 힘든 그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돌봐주는 게 아니라 슬프거나 힘든 감정은 나 스스로 삭제시켜 버렸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습관이 되다 보니 쉬웠고 그렇게 나는 남들에게 한 없이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을 누구에게든 잘 드러내지 않는 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았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니 불필요한 감정교환이 없었고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긴 했지만 늘 좋은 모습만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게 편했다. 그러나 연애는 달랐다. 자존감과 반비례하는 자신감만 높은 내가 연애를 하면 상대방은 귀신같이 나를 캐치했고 그걸 콕 집어 말했다.
"넌 맨날 그렇게 자존심 내세워야겠어? 넌 진짜 자존심이 너무 세서 가끔 힘들어"
"자존심이 센게 뭔데?"
"속마음은 안 드러 내면서 너만 생각하는 거, 그게 자존심 센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짜증이 났다. 난 지금껏 괜찮게 살아왔고 속마음 안 드러 내면서 살아가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 남자는 그걸 꼭 캐치하고 그걸 꼭 말하는 걸까.
"나는 그냥 나야, 그냥 나 그 자체를 받아들이면 안 돼?"
처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나는 늘 황홀하고 설레는 순간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을 시작했던 나는 사랑할수록 나를 더 잘 아는 사람과 부딪혔다.
지금의 나였더라면 내 있는 그대로를 마음껏 드러내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과거의 철없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나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존심이라는 가시로 나를 무장했던 것 같다.
가면 쓰는데 익숙했던 나를 자꾸 벗겨내려는 내 첫사랑을 나는 너무 사랑했지만
이 사람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