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에세이
하루 중 기차를 놓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일까? 나는 아침이라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푹 잔 듯한, 개운한 아침. 따스한 햇살이 나를 깨운다. 기적처럼 기차 출발 시간에 눈을 떴다. 아니, 기적까지는 아니겠지. 불행 중 다행이라면,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깨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떠난 기차의 취소 수수료보다는 출발 직전 취소 수수료가 더 저렴하니까.
이른 아침 기차를 타려면 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개 기차를 타기 전날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기대감과 약간의 두려움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들은 나를 평소보다 더 늦게 잠들게 만든다. 평소보다 늦게 잠든 어젯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오늘. 결과값으로 아침에 기차를 놓쳤다.
양치를 하며 기차표를 새로고침해 본다. 치약의 박하향이 코를 맵게했다. 치약을 평소보다 많이 짠 것 같다. 계획된 일정을 맞추려면 지금 당장 기차역으로 달려가야 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기차표는 거의 매진 상태였다. 놓친 기차표도 겨우 구한 자리였다. 입석 표를 급히 예매하고,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상하게도 버스 안은 사람이 가득했다. 버스 손잡이 대신 옆 사람에게 기대며, 기차 앱을 계속 새로고침했다. 방금 전까지 매진이었던 기차에 빈자리가 하나 생겨 있었다. 누군가 늦게 일어난 모양이다. 아침은 기차를 놓치기 참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