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아내를 ‘새언니’ 혹은 ‘올케언니’, 누나가 남동생의 아내를 ‘올케’라고 부른다. 오빠의 아내가 ‘새언니’이면, 남동생의 아내는 ‘새(여)동생’이 되어야 맞다. 남동생 아내가 ‘올케’이면 오빠의 아내도 그냥 ‘올케’라고 해야하고, 오빠의 아내가 ‘올케언니’이면 남동생의 아내도 ‘올케(여)동생’이라고 해야 맞다. 오빠의 아내, 남동생의 아내니까 ‘아내 처(妻)’ 이 글자를 넣어서 호칭을 만들어내면 되는데, 왜 새언니/올케언니, 올케 이런 말로 부르는 걸까? 한자가 딸리니까.
1. '오빠'에 해당하는 한자가 없다.
2. 오빠의 아내는 애초에 '妻'가 아니라 '婦'였다.
1번은 어차피 불가능하고, 2번을 적용할 경우 '오빠의 아내'가 아니라 '오빠의 며느리'가 된다. 그런데, 자기 여동생이 '婦'가 아닌 '妻'가 들어간 말로 부른다? 이거 열 받지. 물론, 요즘엔 '며느리' 치워버리고 '아내'를 대표 뜻으로 내세운 한자사전도 있다. 요즘 한자사전에서는 '계집'도 '여자'로 승진을 시켜주긴 했다. 달랑 하나짜리 글자에 자꾸 뜻을 추가해서 비빔밥 재료처럼 섞어서 앞으로 뺐다 뒤로 뺐다 하지 말고, 아예 온전한 글자를 새로 탄생시키면 안 되겠니? 정작 있어야 되는 필요한 글자는 못 만들어내면서 없는 뜻은 만들어낸다? 그래야 돌려막기가 가능하니까?
그리고, 올케면 올케지 올케언니는 또 뭔가! 올케는 '오라비의 계집'이라는 말이다(그래서, 앞에서 일찌감치 나는 올케라는 말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오라비의 계집인 언니? 오라비의 계집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언니란다. 요즘 표현으로 '오빠/남동생의 여자'라고 쳐주자. '오빠/남동생의 여자'라는 걸 오빠/남동생도 알고, 오빠/남동생의 여자도 알고, 나도 알고 셋이 다 알고 있는데 굳이 당사자를 '오빠/남동생의 여자'라고 부르는 건 코미디 아닌가? 눈앞에 있는 사람한테 '오빠의 여자'라고 콕 집어서 확인사살을 해야할까? 같은 이치로 부모님은 '아들의 여자'라고 부르고, 남동생은 '형의 여자'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다. 온가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도 아닌데 왜 오빠/남동생의 언니/여동생은 오빠/남동생을 의식해서 그 배우자를 '올케'라고 부르는 걸까? 다른 사람 앞에서 가리킬 때는 그럴 수 있다지만, 직접 부를 때는 굳이 왜? 누구를 부를 때(가리킬 때 X) 제삼자를 끼고 '누구의 누구'로 사람을 호칭하는 건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니다. '오빠의 여자'는 오빠랑 결혼한 여자인데, '아내의 남자'는 아내랑 결혼한 남자가 아니라 '아내의 오빠/남동생'이란다. 누가? '처남'이라잖은가. 그냥 기준이 없는 거다. 여기서는 이뜻, 저기서는 저뜻.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피보는 건 여자!
오빠의 아내가 ‘새언니’인데, 남동생의 아내를 왜 '새(여)동생'이라고 하지 않을까? 왜 남자는 누나의 남편을 ‘새형’, 여동생의 남편을 ‘새(남)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왜 형의 아내를 '새누나', 남동생의 아내를 '새(여)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왜 여자는 언니의 남편을 ‘새오빠’, 여동생의 남편을 ‘새(남)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같은 논리로, 남편의 형을 '새오빠', 남편의 남동생을 '새(남)동생', 남편의 누나를 '새언니', 남편의 여동생을 '새(여)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왜 아내의 오빠를 '새형', 아내의 남동생을 '새(남)동생', 아내의 언니를 '새누나', 아내의 여동생을 '새(여)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하여간 호칭 하나 잘못 만들어놔서 새끼 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결혼한 여자만 남편 집안에서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걸 어떻게 접수해야 할까? 무엇보다, ‘새언니’라는 말이 끔찍한 게 오빠의 아내가 '언니'이면 오빠랑 오빠의 아내는 부부가 아니라 남매, 오누이라는 얘기네?
남편의 형의 아내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남편의 남동생의 아내를 동서라고 부른다. 아내의 언니의 남편을 형님이라고 부르고, 아내의 여동생의 남편을 동서라고 부른다. 이때 여자끼리의 나이, 남자끼리의 나이는 고려되지 않는다. ‘동서(同壻)’의 ‘서(壻)’는 ‘사위 서’다. 언니의 남편은 자기 아내의 여동생의 남편을 '사위'가 들어간 말로 부른다. 장모가 같은 사위 입장이니까? ‘어이, 나랑 같은 사위!’ 이런 차원인가? 여자가 자기 남편의 남동생의 아내를 '동서(同壻)'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는? 여자끼리도 ‘사위’ 놀이하라고?
남동생의 아내는 남편의 형의 아내도 형님이라고 부르고, 남편의 누나도 형님이라고 부른다. 남동생의 아내가 두 형님이 있는 곳에서 형님이라고 부를 때는 누가 대답을 해야할까? 이 세 여자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까? 첫 글에 언급하긴 했지만, 호칭과 지칭에 관한 이 여정을 시작한 첫 번째 계기도 오빠와 남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런 처지에 놓이면서 의문이 들어서였다.
남동생의 아내는 남편의 형의 아내를 형님이라 부르고, 남편의 형의 아내는 남편의 남동생의 아내를 동서라고 부른다. 남편의 누나는 남동생의 아내를 동서라고 부르지 않고, 올케라고 부른다. 그러니, 남동생의 아내가 남편의 누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반칙이다. 남동생의 아내가 남편의 형의 아내랑 남편의 누나랑 헷갈리지 않게 남편의 누나를 부를 수 있는 말은 뭐가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남편의 누나니까 '夫'에다 '姉'를 붙여서 '夫姉'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건 지칭은 될 수 있어도 호칭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의 누나를 '夫姉'라고는 할 수 있어도, 남편의 누나 앞에서 당사자를 '夫姉'라고 부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남편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서로 다 알고 있으면서 '손위'라는 말을 콕 집어준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남편의 누나라는 걸 당사자인 남편의 누나나 불러주는 위치의 남동생의 아내나 서로 알고 있는데, 굳이 '지아비' 그러니까 '남편'을 콕 집어준다? 그런데, 불행히도 호칭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형부, 처형, 매형, 처남, 올케, 고모 등. 누구의 남편인지 아내인지, 동생인지 형인지 언니인지 오빠인지 누나인지 서로가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끌어다가 각인시키는 방식, 그 사람 자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
글마다 이렇게 쥐어패기만 하고 어째 끝이 미지근하다. 글마다 결론을 아끼고 있다. 왜냐면,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호칭, 지칭 분석이 끝나면 마무리 차원에서 다룰 생각이기 때문이다. 뭐 이쯤되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눈치 챈 사람도 있겠다.
(친)사촌/고종사촌/이종사촌/외사촌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는 나랑 '사촌'이고, 아빠의 누나나 여동생의 kids는 나랑 '고종사촌'이고,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의 kids는 나랑 '외(종)사촌'이고,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의 kids는 나랑 '이종사촌'이다.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는 특별히? '친사촌'이라고 하신다. 이 4가지 형태의 사촌이 묶여서 '사촌'이 되는 게 아니라 놀랍게도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가 '사촌'이다. 내가 그렇다고 우기는 게 아니다. 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다.
어떤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친사촌'은 아버지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가 독점했다. 고종사촌, 이종사촌, 외사촌은 어떤 근거로 '친사촌'의 범위에서 탈락했는지 모르겠다. '親'이라는 한자에 아버지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만 포함한다는 뜻은 들어있지 않다.
외사촌은 외삼촌의 kids란다. 남자들은 독점을 좋아하나 보다. 외삼촌의 kids도 '외사촌'을 독점하시겠단다. 이모는 외가 식구로 안 쳐준단다.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가 '친사촌'이면 적어도 아버지의 누나나 여동생의 kids도 '친사촌'이어야 맞다. 양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의 아들들끼리 해드시겠단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공식으로 정리하면
사촌 = (친)사촌 + 고종사촌 + 이종사촌 + 외사촌
이렇게 된다. 순엉터리! 내가 공식을 만들어보겠다.
사촌 = 내(종)사촌(內從四寸 / 아빠의 형이나 남동생의 kids, 아빠의 누나나 여동생의 kids) + 외(종)사촌(外從四寸 / 엄마의 오빠나 남동생의 kids, 엄마의 언니나 여동생의 kids)
이런 공식도 필요없다. 영영사전에 나온대로 'the child of your uncle or aunt' 이거면 된다. 영어로 하면 이렇게 간단한데, 내 나라 말로 할 때는 뭘 그렇게 복잡하게 쪼개놨는지 설명하려니까 머리에 힘부터 들어간다.
국어사전에 내종사촌은 고모의 아들이나 딸이라고 나와 있다. 외종사촌은 외삼촌의 아들이나 딸이라고 나와 있다. 고모랑 외삼촌은 어떤 기준으로 낙찰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모랑 이모 대비, 삼촌이랑 외삼촌 대비 이렇게 가는 것도 아니고 이모의 아들이나 딸은 그냥 이종사촌이란다. '내(內)'와 '외(外)'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엄마의 친가는 외가다. 아빠의 친가는 친가다. 내가가 아니다. 아빠의 형과 아빠의 남동생의 kids는 '내종사촌'이 아니며 엄마의 언니와 엄마의 여동생의 kids는 '외종사촌'이 아니란다. 도대체 어떤 현생을 살아가면 이런 공식이 나올까? 뭐 하나 명쾌한 게 없다. 정신줄 잡고 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