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 속에서 오늘 일어나는 일 --
갑자기 잎 하나가 소리 내며 떨어진다.
발 앞에 나타남이다.
갑자기 나타남이다.
위를 쳐다 보면 나무 어디서 떨어졌는지 알아 볼 수 없다
여전히 많은 잎사귀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잎사귀에게 자신의 위치란 없는 것
봄 되면 돋아났다가 가을 되면 떨어져 버리는
잠시 머무르다가 빠이빠이 하는 것
존재란 정함이 없는 것이다
존재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갑자기 나타남이다.
다만 "아-하"하는 놀래킴이며
눈 밑의 에피파니일 뿐 .
정해진 자리는 없다. 존재는 떠남이다
자리는 비워져야 한다, 존재는 비움이다.
존재는 문자를 가로지르는 횡선이다.
존재는 갈라치고 저항한다.
존재는 가을 날 나무 잎 사귀일 뿐.
잎 하나에서 나무의 이상이 떨어진다
세상을 지나 세상을 너머
가을 철새가 지나 온 그 세상을 넘어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하여
소리쳐 불러 보고 싶은 이상
그것은 나무 밑동 깊게 파인 구멍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