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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솔 Bin Sole Oct 18. 2024

깜짝 나타나는 잎

가을 숲 속에서 오늘 일어나는 일 -- 


갑자기 잎 하나가 소리 내며 떨어진다.


발 앞에 나타남이다.


갑자기 나타남이다.


위를 쳐다 보면 나무 어디서 떨어졌는지 알아 볼 수 없다


여전히 많은 잎사귀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잎사귀에게  자신의 위치란 없는 것


봄 되면 돋아났다가 가을 되면 떨어져 버리는


잠시 머무르다가 빠이빠이 하는 것



존재란 정함이 없는 것이다


존재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갑자기 나타남이다.


다만 "아-하"하는 놀래킴이며   


눈 밑의 에피파니일 뿐 .



정해진 자리는 없다. 존재는 떠남이다


자리는 비워져야 한다, 존재는 비움이다.


존재는 문자를 가로지르는 횡선이다.


존재는 갈라치고 저항한다.


존재는 가을 날 나무 잎 사귀일 뿐.



잎 하나에서 나무의 이상이 떨어진다


세상을 지나 세상을 너머


가을 철새가 지나 온 그 세상을 넘어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하여


소리쳐 불러 보고 싶은 이상


그것은 나무 밑동 깊게 파인 구멍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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