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환승 이직
재밌지만 슬픈 면접 썰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대학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하던 중, 운 좋게 대기업 인턴에 합격했다.
친구의 권유로 지원하게 되어 인턴 생활을 하며,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나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글로 적지 않으면 금붕어의 기억력을 가지게 되는 나로서는 취업난의 시대에서 1차 면접을 어떻게 합격했는 지조차 의문이었다. 어찌저찌 인턴 생활을 하고, 2차 임원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긴장이 됐다. 부랴부랴 면접을 준비하며 회사의 역사와 트렌드, 나의 스토리들을 외우기 시작했고 면접날은 그렇게 다가왔다.
결과는? 슬픈 면접 썰인 만큼 불합격이었다.
재밌는 부분이 어디있는가. 바로 내가 떨어진 이유이다. 나는 내가 떨어진 이유를 명확히 짚을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일이었길래 이렇게까지 밑작업을 탄탄히 해두냐고 묻는다면,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요?" 라는 질문에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
.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답변이다.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 솔직함을 무기라고 생각하고 저런 답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를 함정으로 몰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라면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최대한 저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적극성을 보여줄 것이나 만약 나온다면,
"제가 면접이 처음이라 저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귀사에 입사하기 위해~블라블라" 와 같이 사과를 하며 나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어필을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나를 합격의 길로 이끌었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말한 사람조차 어이없는 답변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허무하고 웃긴 꼴인가. 첫 면접 경험을 겪고, 나는 한동안 자괴감을 느꼈으나 빠져있을 틈 따위는 없었다. 인턴으로 미뤄뒀던 졸업 프로젝트와 논문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휘물아쳐 무사히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대학을 다니며 선배들의 '우리 학교는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말과 대기업 인턴 경험에 한창 콧대가 높아져있었던 나는 내가 가고 싶은 세계 탑 기업 몇몇과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한 국내 중견기업 한 군데에 지원했다.
역시나 객관화가 되지 않은 취업은 쉽지 않았고, 나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한 국내 중견기업'에 취업하게 되었다. 지금 보아도 참 거만한 말이다.
이 시기 중견기업에서 나는 거울치료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같이 입사한 동기들 모두, "나는 여기에 올 급이 아니야." 라는 말을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야채 박스인 이 곳에서, 동기들은 본인이 과일이라고 뽐내는 토마토가 되었다.
나는 거울을 보았다. 나는 야채인 토마토였다. 하지만 야망이 있는.
성장을 위해 회사에서 일을 주는대로 모두 소화해냈다. 답답하고 힘들어하며, 9년차 사수에게 물어가며 일을 빠뜨리지 않고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나의 노력이 보였는지 기회가 왔다.
입사 3개월차, PM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노력하는 자에게는 보상이 있다지만, 입사 3개월차에 프로젝트를 리딩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인 없는 일이 떠도는 것을 받은 것이 이러한 기회가 되다니.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임원의 눈에 띄어 별 다섯개짜리의 프로젝트로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다른 계열사의 본부장님과도 커뮤니케이션하며 전사적인 프로젝트로 확장이 되어갔다. 무서웠다. 감히 3개월차가, 이제 막 익숙해진 내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리딩해도 되는걸까.
다행히도 같은 본부의 본부장님께서 1대1로 코칭해주시고, 피드백을 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배우며 진행할 수 있었다. 마케팅 부서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와 장표도 작성하였고, 기획과 개발을 하면서 해당 연차에서의 내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힘들어 울고싶었지만, 업무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을 한 시기를 뽑자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이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이렇게 쌓은 소프트스킬을 통해 나는 금융권으로 이직하게 된다.
이러한 스킬들만으로 어떻게 금융권을 갈 수 있었나.
나보다 회사를 잘 알고,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스펙의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 중 내가 뽑힐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 어려운 금융권 면접을 보며 느꼈던 것은, 생각보다 회사에 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내가 면접에서 했던 말들의 기반은,
회사와 나를 연결하여 ‘나’는 회사를 통해 성장하고 ‘회사’는 나에게 투자하며 성장한다는 목적을 가졌다는 마인드였다.
이러한 마인드를 기둥으로 세우고 나의 경험들을 이어붙여 스토리를 짜니, 보다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될 수 있었다.
면접에 대한 간단 Tip.
- 회사의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나, ‘나’를 회사와 엮어 풀어냄에 집중할 것
- 직무 설명, 우대 사항들을 보며 경험을 통해 어필할 수 있는 스킬을 정리해 갈 것
- “~~에 자신 있는 사람?” 답은 무조건 Me.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