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어진 그들의 우연
2000년 여름방학, 짧은 첫 만남.
그리고 1년 뒤, 다시 이어진 그들의 우연.
2000년 8월, 지루한 여름방학의 중턱.
그와 그녀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주말을 집에서 뒹굴고 있던 그녀에게 전화벨이 울렸다.
“영화 보러 가자. 새로 개봉한 ‘가위’ 알지?”
“같이 놀자”는 친구의 말에
신난 그녀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ㅇㅇ영화관 앞.
친구 옆에는 처음 보는 또래들이 서 있었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래된 친구를 대하듯 자연스럽게. 어색함 없이.
그 무리 중 한 남자.
그녀의 웃음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스크린 불빛만 반짝였다.
그녀는 팝콘을 손에 쥔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무서운 장면이 이어질 때마다
어깨가 움찔, 손끝이 살짝 떨렸다.
그는 그런 그녀를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겁에 질린 표정이,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
영화가 끝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오락실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전자음과 음악.
버튼을 두드리는 소리가 뒤섞여 귀가 얼얼했다.
말은 잘 들리지 않았고
대화는 가까이 다가가야 겨우 이어졌다.
복잡한 소음 속에서도
사소한 농담에 웃음이 터졌다.
별것 아닌 하루였지만
그 웃음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버스가 도착하자 그녀는 짧게 손을 흔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놓쳐버린 타이밍을 생각했다.
연락처를 물어볼 수 있었던 짧은 찰나를.
⸻
사실… 그녀는 휴대폰이 없었다.
집전화를 누르기엔
생각보다 많은 용기와 타이밍이 필요했다.
결국 둘은 제대로 연락할 틈도 없이
그 여름의 끝과 함께 자연스레 흩어지고 말았다.
⸻
1년 뒤,
고2 수학여행의 어느 목적지.
달력은 9월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햇살은 여전히 여름의 더위를 품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믿기지 않게도,
그 여름의 소년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