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n W Nov 09. 2024

아파트 입구의 모과나무

에세이

  이제 옷을 껴입어야 밖에 나갈 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후덥지근한 것 같았다. 이제는 "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고 하는 말을 인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진다고들 말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해서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겨울을 점점 추워진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다.


  우리 아파트에서 우리가 사는 동은 바로 대로변 옆에 있다. 1층에서 나가면 약간 경사진 곳을 따라 7미터 정도 내려가면 큰 교차로가 있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정원수가 잘 다듬어져 있고 소나무 등 몇 종류의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길을 너면 농협 지점이 있고 그 옆에 'No brand', 카페가  있다. 4층에는 치과병원  제법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No brand'에 생활필수품 및 식료품을 사러 자주 가기도 하고 교차로를 건너면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매일 자주 다니는 길이다.


  오늘 아침에 치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데 왼쪽에 있는 작은 나무에 노란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잎사귀들도 약간 노르스름하게 단풍이 들었고 더러는 땅에 떨어져 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열매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눈에 확 들어온다. 열매가 파란색일 때는 나뭇잎과 섞여서 못 알아본 모양이다. 지금은 더러 나뭇잎도 떨어졌고 열매가 노랗게 색깔이 변해서 내 눈에 확 들어온 것 같다.

 

  너무나  반가웠다. 그동안 모과나무를 잊고 지냈었다. 그런데 노란 열매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놀랍고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다. 모과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은 고층 아파트 옆이라서 오전에만 햇빛이 들어오고 오후에는 햇빛을 구경할 수 없는 곳이다. 그나마 햇빛을 쬘 수 있는 시간조차도 주위에 큰 소나무 같은 것들에 가려서 온전히 햇빛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추운 골바람이 얼마나 센지 우리 아파트에서 제일 다니기 힘든 곳이다. 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마다 열매를 맺는 것이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탐스럽게 달려있는 모과들을 사진에 담았다.  겨울철에 모과차를 먹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 새콤 달콤한 맛이 여지없이 침샘을 자극한다. 모과는 네 번 놀라는 과일이라고 한다. 못생긴 모양에 처음 놀라고 그 향기에 취해서 놀라고 형편없는 맛에 놀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과에 들어있는 건강에 좋은 성분에  놀란다고 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


  아무튼, 이 참에 모과의 성분과 효능을 검색해 보았다. 비타민C, 칼륨, 철분이 풍부해 기침에 효과가 있고 통증과 염증을 완화해 기관지를 보호하고 가래를 멈추게 한다고 한다. 탄닌 성분은 설사의 치료 및 예방에 좋고 사과산과 유기산은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켜 식중독 증상의 개선에 좋다고 한다. 또한 주요 성분인 당분은 혈당의 상승을 막아주고 체내의 당분 흡수를 지연시킨다고 한다. 사포닌, 구연산, 비타민C 등이 풍부하여 모과차를 마시면 피로해소와 감기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늘 아침 모과의 발견은 신선한 경이로움을 주었다. '지난 유난히도 덥고 후덥지근한 여름에도 모과나무는 자기 자리에서 쉬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나는 어떤 열매를 맺었나?'되돌아보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