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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W Nov 20. 2024

하얀 징후

나의 시



하얀 징후


아침마다, 녹색 미소 머금는

거실의 뱅갈나무


지인의 부탁으로

툭 튀어나온 가지 하나 자른다


금세 쏟아지는 하얀 진액,

티슈로 닦아 물 담은 페트병에 꽂아둔다


한 보름 지났을까? 물속에 헛발을 내딛는 뿌리


화분에 옮겨 심는다


그제서야, 밑둥없이 부유했던

내 안에도 하얀 징후가 들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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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내외분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갈고무나무가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그쪽  아내분이 뱅갈나무가 보기 좋다며 자기도 집에서 기르고 싶다고 다. "우리 집에도 있는데  분양해 줄까요?" 하니 무척 반가워하며 부탁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분양해야 할지 몰랐다. 가장 단순하게 쉽게 생각했다. 무작정 가지 하나를 잘라 500ml 물병에 담아 놓았다.  그런데 보름정도 지났을까? 잘린 부분에서  하얀 뿌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몇 일사이 소복해졌다.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저 가지의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저 가지는 저 뿌리를 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그래도 저 하얀 뿌리는 아직, 헛뿌리에 불과할 건데...'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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