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A에게

미련뿐인 편지

by 하현

안녕, 진짜로 편지를 쓰는 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 나름대로 시간이 흘러서일까. 생각보다 감정이 많이 무뎌진 것 같아.


너를 처음 만났던 겨울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초겨울이었지만 날씨는 꽤나 추웠고, 나는 작은 핫팩 하나를 손에 쥐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너를 처음 마주쳤던 그곳에 아직도 나는 머물러 있나 봐.

아직도 너를 처음 만난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나. 나를 처음 보고, 내 이름을 불러주던 네 미소도 기억이 나. 간단하게 영화를 보고 추운 겨울밤을 핫팩 하나에 의지한 채 걸어 다녔던 우리의 따뜻한 겨울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하겠지.

우리, 나름 서로 사랑했어. 맞지?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었잖아. 서로가 서로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가 운명인 줄 알았어. 너와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어. 그렇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네게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고, 너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는 날들이 너와 함께 웃는 날보다 많아졌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별거 아닌 일인데,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아. 너에게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더 잘해줄 자신이 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나 봐.

언제부터였을까. 잠들기 전 우리의 마지막 인사는 늘 ‘사랑해’였는데. 우리의 끝인사에선 ‘사랑해’가 사라지고 있었어. 아마 그때 너도, 우리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맞아. 우린 얼마 못 가서 헤어졌으니까.


그래도 정말 사랑했다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연인이 아니어도 좋으니 꼭 얼굴 한 번 보자고. 너와 함께 해서 행복했다고. 우린 그렇게 인사하고 기나긴 사랑을 마쳤지. 나는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너를 사랑하나 봐.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어. 어쩌면 우린 운명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어. 곧 있으면 네 생일이야. 올해는 옆에서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어렵게 됐네. 많이 보고 싶어. 많이 사랑했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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