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복수 Oct 03. 2024

마흔에 읽는 책, 독서란..

독서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살면서 책 한권쯤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호기롭게 책을 사서 펼치면 또 그만큼 지루한것이 책이라고, 돈 아까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책은 따분하다. 왜냐하면 책은 시간을 내어 자세를 갖추고 준비를 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고 읽다보면 아니, 심사숙고하여 제대로 읽어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책에 재미를 붙였다는 나의 경우에도 가끔은 내가 책을 읽는것인지 책이 나를 읽는것인지.. 정신없이 줄글에 끌려가다 보면 글의 맥락은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저 한두장이 훌쩍 넘어가 있을때가 많다. 그만큼 책을 읽는다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집중하여 읽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며, 정신적인 집중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독서는 어렵다. 시간을 내어 아침일찍 일어나 조용한 시간에 책을 준비하고 읽는내내 마음을 집중하여 중요한 문구는 입으로 중얼거리며 써 보면서 부산을 떨어야 그나마 재미를 조금은 알 수 있는것이 바로 책, 독서다. 


사실 나 역시 책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뭔가 남들과 달라보이기 위해, 지적인 모습, 책을 읽는 척을 통해 남에게 나를 뽐내려는 목적도 적지않게 있었지만..(두 아이 앞에서 책을 읽는 아빠, 얼마나 멋진가?) 그러한 잘못된 습관들도 하루하루 조금씩 쌓아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습관이 잡히고 책을 읽는 근육도 생겨 이제는 읽는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 재미있다. 책에 실린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좋은 문장을 찾아 나만의 느낌과 감동을 부여하면서 펜으로 쓰고 외는것이 끊없이 이어지면서 독서의 재미를 조금 깨친다.


특히나 독서는 나이가 조금 들어서야, 마흔이 넘어서야 그 재미를 조금은 알 수 있는것 같다. 나는 서른 중반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내가 책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처음에는 유명하다는 토지나, 태백산맥, 혼불 등 한국 문학으로부터 시작해 눈에 띄이는 자극적인 제목의 자기계발, 재테크 등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로 책들을 돌아보다 심심풀이인 힐링, 에세이를 거쳐 철학까지 조금 찝적이다 결국 내가 돌아온것은 다시 문학, 서양의 고전들이었다. 


어린왕자에서부터 시작해 데미안, 동물농장, 파리대장, 노인과 바다 그리고 돈키호테 등의 유명한 고전들을 마흔이 넘어 읽고 있는데 이러한 책들은 우리가 수능공부로 이미 접해본 글과 책, 지문들이긴 하다. 하지만 마흔이 되어 다시 읽는.. 천천히 집중하여 읽는 느낌은 젋을 때 잠시 훑었을 때와는 천지차이라는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왕자가 원했던 양이 보이는 상자,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장미, 그리고 그가 길들인 여우와의 관계 뿐 아니라 소설 데미안에서 이전에는 싱클레어의 고난에만 집중하여 긴장하고 지문에서 객관식 답을 찾았다면 마흔에는 싱클레어가 되어가는 데미안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고 노인과 바다에서의 몇 줄짜리 단조롭고 짧은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의 삶에 빗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헤밍웨이의 인생까지 넘겨 볼 수 있다는 것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그가 결국은 왜 자살로 삶을 마무리 지었는지.. 마흔의 독서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독서는, 마흔이 되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책과 나를 이어준다. 내가 다시 쉰이 되고 예순이 될 때, 독서의 의미가 어떻게 다시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기대되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소파에 앉아 책을 편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수술실 앞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