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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법

자기 개발서 광팬이 알려준 방법

by 쿠키

나의 지인 하나는 자기 개발서 광팬이다. 자기 개발서를 읽으며 느슨해지는 자신을 타이트하게 가다듬을 수 있단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이 좋고 성장해 가는 자신이 자못 대견스럽기까지 하단다.


나는 자기 개발서는 아무리 읽으려 해도 다섯 쪽을 넘기기가 힘들다. 자기 개발서에 금세 질리곤 하는 나는 천성이 게으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성장에 대한 욕구도 그다지 없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매년 작심삼일이고, 뭐든 내일로 미루기 일쑤다. 흥미를 느껴 뭔가를 시작했다가도 흥미가 금세 사그라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흥미로 먼저 가졌던 흥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 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이유랄 것도 없이 그냥 무심코 든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 시작도 하기 전에 풀이 죽는다.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라 어물쩍어물쩍 시간만 흘리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란 책을 읽다가 옮긴이의 말속에서 읽었던가.. 소설가 존 맥가헌이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좋은 글은 전부 암시이고 나쁜 글은 전부 진술이다.' 이 말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대충 써놓은 글을 읽어본다. 나의 글은 전부 진술이다. 왠지 줄거리만 남은 이야기 같다. 뼈대만 있어 누구의 몸인지 어떤 모습인지 알수가 없다. 형태도 색깔도 입히지 못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무심코 푸념을 했다. 나의 지인 자기 개발서 광팬에게 말이다. 나는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어떻게 쓰는지를 모르겠어..

지인이 자기 개발서 광팬답게 답을 주었다.

"꼭 소설을 써보고 싶다면 일단 집중해서 열심히 해봐. 고민할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더 써봐. 고민한다고 잘 써지는 건 아닐 거잖아. 일단 실행, 실행을 하라고. 잘 못쓸까 봐 실패할까 봐 두려워할 시간에 그냥 써봐. 쓰다 보면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고, 열심해해 봐야 실패든 성공이든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어? 혹 실패한들 뭐 어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 보다야 백배 낫지 않을까?!"


명쾌하다. 지인의 말은 결국 쓰고 또 써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자기 개발서 광팬이 아니어도 다 아는 그 비법 아닌 비법! 그냥 일단 집중해서 열심히 해 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어찌나 신박하게 들리던지.. 그래 진술이든 암시든 일단 써보자. 걸음마도 떼기 전에 어떻게 달릴까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아 웃음이 나면서 왠지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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