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도 Oct 26. 2024

토론토 이삿날 8 마지막 회

태국 음식 어때 엄마?


  트리 구출 작전은 쉽지 않았다. 유진은 손바닥을 두 번 부딪치고 나서 트리를 향해 팔을 벌려 나오라는 시늉을 반복했지만, 트리는 여전히 눈만 끔벅였다.


  "엄마, 아무래도 트리 몸이 끼인 것 같아. 그래서 들어간 곳으로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오오, 그렇구나. 그래서 저렇게 눈만 멀뚱 거리고 있구나."


  그러고 보니 트리얼굴 아래로 살과 털이 볼록해져 있다.


  "그럼 내가 막대기 같은 걸로 위에서 위협해 볼게요. 아무래도 낯선 사람이 막대기까지 들었으니 겁먹고 들어왔던 데로 나가지 않을까요?"


  소극적이었던 차 주인은 막상 본인 차 엔진에 끼여 있는 고양이를 보니 구출 작전에 단단히 한몫하고 싶었나 보다.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그럼, 제가 차 아래서 트리를 받을게요." 유진이 말했다.


  "그러면 나는 혹시 모르니 차 오른쪽에 있을게."


  차 주인은 트렁크에서 자동차 눈을 털 때 쓰는 빗자루를 꺼내와 보닛으로 향했고 윤조와 유진도 각자 위치로 갔다.


  "야옹아! 저리갓! 어서!"


  차 주인이 몇 번 빗자루를 휘둘렀다.


  "트리야, 어 그래, 이리 와."


  나지막한 유진의 목소리가 자동차 밑에서 들렸다.


  "엄마, 트리 나왔어."


  유진은 이내 트리를 안고 차 아래에서 기어 나왔다.


  "어머, 세상에, 트리야. 아, 정말 다행이야."


  유진의 품에 코알라처럼 안겨 있는 트리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야옹 대며 윤조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또 놓칠세라 유진은 트리를 꽉 끌어안고 있었고 윤조는 유진의 어깨를 감쌌다. 오후가 되며 바람이 더 건조해졌다. 윤조와 유진의 머리칼이 뒤엉켜 트리 얼굴을 간질였다.


  트리가 무사히 구출된 후 윤조와 유진은 자동차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그 남자도 뭔가 뿌듯한 일을 한 듯 기뻐하며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라 같이 여행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며 그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말을 남기고 왔던 길을 다시 여유로운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윤조는 왠지 이번 여정이 느긋하게 그들 앞에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시 차에 타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인 썬더베이 홀리데이인까지 325킬로 미터가 남았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벌써 3시 30분이었다. 쉬지 않고 간다면 7시쯤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여름 해가 기니 그때까지도 아직 어둡지는 않을 터였다. 두어 시간 갇혀있었던 트리는 배가 고팠는지 가바펜틴을 섞은 연어 통조림을 제법 먹었다. 그 정도 양이면 저녁까지는 편안할 것이다.


  "엄마, 피곤하겠다. 졸리면 어떡해? 그냥 내가 트리 안고 옆에 탈까?"


  "아니, 전혀 안 졸려. 피곤하지도 않고. 트리를 찾았는데 뭐가 피곤하겠어."


  윤조는 정말이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더 났다.


  "엄마?"


  "응."


  "트리는 우리가 자기 찾는 동안 무슨 생각하고 있었을까?"


  "글쎄."


  "우리 맘을 알기라도 한 걸까?"


  "알았겠지. 유진 언니가 그렇게나 울었는데. 어휴, 난 고속도로 차들이 가다가 다 멈춰서 구경하면 어쩌나 했어. 너어무 크게 울어서."


  "치이. 그 정도는 아니다 뭐."


  "아니라고? 후훗. 트리한테 물어볼까. 트리야? 언니가 아빠 부를 뻔했다. 그건 아니?"


  룸미러로 유진의 표정이 들어왔다.


  "치이. 내가 언제?"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엄마니까 자동차 보닛 생각도 했지 뭐......"


  유진은 끝을 얼버무렸다.

   

  "엄마, 이거."


  유진이 도시락 가방에서 블루베리 머핀과 당근 주스를 꺼내어 윤조에게 내밀었다.


  "어, 고마워. 맞아, 머핀이 있었지. 그런데 오늘따라 매콤한 게 당기네."


  "응, 나도. 진짜 빵 종류는 별로야."


  "우리 숙소 도착하면 트리 놓고 매콤한 거 먹으러 가자."


  "좋아. 태국 음식 어때 엄마? 엄마 팟타이 좋아하잖아. 내가 검색해 볼게"


  룸미러로 보이는 유진의 표정이 말랑해져 있었다. 윤조는 서서히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타이어에 자갈 구르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