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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도 Oct 24. 2024

토론토 이삿날 7

그럴 리가 없는 일이 생겼어!

 "거기, 뭘 도와드릴까요?"


  편의점 계산대의 두 명의 직원 중 옥수수색 긴 머리를 한 데 묵은 한 여직원이 바쁜 손놀림을 하며 줄 옆으로 비켜서 있는 윤조를 마침내 발견했다.


  "아, 예. 뭐 좀 물어볼게요. 저기 주차장 끝에 세워진 흰색 SUV 차량 혹시 여기 직원 차일까요? 뷰익 흰색요." 오, 제발 그렇다고 해줘. 윤조는 마음속으로 빌며 간절한 눈길을 보냈다.


  "왜?"


  가타부타 대답은 하지 않고 반문하는 여직원이 예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윤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부연 설명을 했다.


  "고양이가? 그럴 리가."


  손님들의 신용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내주는 일을 반복하면서 여직원은 성의 없이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 일이 생겼어!"


  윤조는 초조했다. 직원은 손놀림을 잠시 멈추더니 윤조에게 시선을 돌렸다.


  "글쎄요. 메카닉한테 물어봐요. 바로 옆집요. 거기 사장 친구 차일 거예요."


  편의점 바로 옆에 카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카센터라니 의외였다. 아니면 더 장사가 잘되려나라는 생각이 그런 와중에도 들었다. 윤조가 들어서니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작업장에서 빠져나왔다. 윤조의 설명을 듣고 난 카센터 사장은 배배 꼬여있는 빨간색 전화기 선을 끌어다가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위니펙에 처음 왔을 때 윤조네도 유선 전화기를 썼었던 기억이 났다.


  "어이, 와봐야겠어. 어? 고양이가 네 차에..... 응, 진짜래. 여기 주인이...... 응, 기다려."


  웅얼대는 소리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하고는 전화를 끊는 사장의 침착한 행동에 뱃속에서 계속 들끓고 있는 무언가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곧 온대요."


  카센터 사장이 역시나 침착한 투로 말했다.


  "아, 그래요? 저어, 얼마나 걸릴까요?"


  "저어 쪽에서 일하니 금방 올 거예요."


  사장은 손가락으로 윤조차와 흰색 뷰익이 주차된 곳 너머를 가리켰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윤조는 뛰다시피 해서 유진에게로 향했다.


  "엄마? 뭐래? 맞대?"


  윤조는 희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백 분 같던 십 분이 흘렀을까. 윤조와 유진이 내내 트리를 찾아봤던 잔디밭 너머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게 윤조 눈에 들어왔다.


  "유진아! 온다!"


  "어디?"


  "저어기. 흰색 셔츠 아저씨. 백인이고. 어, 아저씨라기엔 나이가 더 들어 보이네."


  "그 사람이 맞을까? 아닐 수도 있잖아."


  "믿어. 백 프로야. 그렇지 않고 여기를 걸어서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윤조와 유진의 마음과는 정확히 대조되는 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남자를 초조하게 바라보던 윤조는 남자가 몇 걸음 앞까지 오자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당신 고양이가 내 차에 들어가 있단 말이지요?"


  차 주인은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처럼 보였고 흰머리가 갈색 머리보다 더 많았다. 그는 윤조와 유진의 말을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이 재차 확인했다.


  "네, 그러니 일단 후드 좀 열어주세요."


  자동차 문을 열고 운전석 옆 어딘가의 버튼을 누르고 다시 차 앞으로 와서 후드를 들어 올릴 때까지 윤조는 기다렸다. 유진은 그러는 사이에 혹시 트리가 또 나와 도망갈까 봐 차 바닥을 지키고 있었다.


  "아, 트리야? 안녕? 거기 있었구나."


  윤조가 말하는 소리를 들은 유진이 벌떡 일어나 달려와 트리를 보았다. 어두컴컴한 엔진룸에 머리만 내민 채로 파아란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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