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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도 Oct 23. 2024

토론토 이삿날 6

세상에. 거기 들어가 있었구나.

  들썩이던 유진이 어깨가 잠잠해졌다. 

  윤조는 용기를 내어 유진에게 다가섰다. 경찰에 신고하고 전단도 만들어 편의점과 주유소에라도 붙이자고 말할 셈이었다. 토론토에는 제날짜에 도착 못하더라도 트리를 찾아보자고. 나도 트리 없이는 안 갈 거라고.


  "유진아......"


  "......"


  "방법을 찾아보자. 네 말이 맞아. 트리 없이 가는 건 말도 안 되지. 엄마가 잠시 무슨 생각을 했던 거니. 진짜 대책 없다. 그치?"


  윤조는 유진을 일으켜 세우고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흙먼지로 범벅이 된 눈물 자욱이 여기저기 번져 있었다. 엄지를 굴려 눈물을 닦아 주었다. 실컷 울었는지 유진의 눈과 입이 그리고 콧구멍이 헤벌쭉해져 있었다. 윤조는 유진을 꼭 끌어안았다. 덩치만 컸지 아직 어린 영혼을. 그 순간이었다. 윤조 눈에 그 차가 들어온 것은.


  "유진아."


  윤조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차...... 아까부터 주차되어 있던 거니?"


  그 차는 유진 옆에 떡 하니 세워진 흰색 뷰익 SUV였다.


  "응? 이 차?"


  "그래. 이거, 뷰익. 우리 왔을 때부터 있었던 거지?"


  "그런 것 같아. 왜?" 


  손등으로 눈가를 휙휙 문지르며 유진은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봐. 트리가 아무리 잽싸다 해도 그 찰나에 그렇게 멀리 가진 않았을 것 같아. 혹시 이 차에 들어간 건 아닐까. 왜 가끔 고양이들이 엔진에서 발견되곤 한다잖아. 봐봐, 우리 차에서 가깝고......"


  윤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진은 잽싸게 몸을 날려 차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엄마! 트리 여기 있어. 꼬리가 보여!"


  유진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트리야! 트리야!" 이내 부드럽게 트리를 불렀다.


  "어머나, 세상에. 거기 들어가 있었구나."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보니 엔진룸에서 삐죽 나온 은색과 회색 줄무늬 트리 꼬리가 보였다. 간혹 커튼 뒤로 몸을 숨길 때 꼬리는 훤하게 나와 있는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뻔했다. 유진도 같은 생각인지 그날 아침부터 내내 보여주지 않았던, 희미하지만 예쁜 미소를 살짝 지었다.


  "어쩐지. 갑자기 사라진 게 이상하긴 했어. 차 밑으로 기어들어 간 걸 모르고."


  "그러게. 목줄 빼자마자 우리 차 밑으로 도망쳤잖아. 그러고 나서 바로 여기로 들어갔나 봐. 근데 트리 너무 어이없다 엄마. 그치? 우리가 자기를 그렇게나 찾은 걸 알고나 있을까?"


  유진은 수다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보닛을 열어야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뷰익 SUV 차체가 높긴 해도 밑으로 기어들어가 꼬리를 잡아당길 수는 없었다. 트리가 스스로 나온다면 모를까. 윤조는 혹시나 하고 운전석 쪽 유리창을 살폈다. 역시 한국처럼 전화번호를 적어놓는 경우는 없다.


  "근데 아까부터 서 있었던 거라면 한 시간도 넘었는데. 아무래도 여행객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며칠이고 세워두는 차면 어떡하지? 트리가 혹시 배고파지면 나올까?"


  겨우 밝아진 유진의 표정이 도로 들어가려 했다.


  "어쩌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 차일 수도 있어. 일단 엄마가 가서 물어볼 테니 넌 여기서 트리 지키고 있어."


  윤조는 직원 차이길 간절히 바라며 편의점을 향해 잰걸음을 했다. 세상에나! 옆에 세워둔 차에 숨어있는 줄도 모르고. 하긴 그 짧은 순간에 몇 미터 떨어진 잔디밭으로 뛰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었겠지. 어쨌든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뒤돌아보니 바닥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한 유진의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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