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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한거북이 Oct 18. 2024

나, 괜찮을까?

02. 결코 적응할 수 없는 맛

처음 느끼는 생경한 맛이었습니다. 


대세(大勢), 일이 진행되어 가는 결정적인 형세, 기운이나 흐름 같은 것

 

그 해는 시작부터 불길한 기운이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나의 방심을 파고들더니, 직원의 징계 인사위원회를 3번이나 해야 했으며, 생각지도 못한 보고서의 처참함으로 한순간에 그 대세 기운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나의 과거 시간과의  인과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지만, 나에게도 그 시간은 결코 적응하기 어려운, 접혀야 하는 맛을 봤죠. 쓰고, 잘 씹히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어려워 계속 맴도는 맛이었습니다. 


평소와 같이 집을 나섭니다. 

매일 들고 다니던 백팩인데, 오늘은 좀 많이 무겁네요. 

노트북이며, 태블릿, 충전기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궁리에 전투장비 챙기듯 가지고 나섭니다. 

몇 년 동안이나 살고 있는 동네인데 낯선 시간의 거리 풍경과 스쳐가는 사람들.

어느 정도의 작업공간과 최소한 3~4시간은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캔을 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자리는 충분하네요. 계획대로 커피숍에 자리 잡고, 커피 한잔 시켜 내 자리에 권리를 확보하고는 노트북을 켭니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녹색창에  이것저것 불러봅니다. 오후의 지자체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도서관에서의 시간도 나름 괜찮습니다. 갑작스러운 매일의 루틴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 루틴을 깨야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문제도 해결해야겠습니다. 입안이 텁텁합니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시간에 들어와 저녁을 먹습니다.

"이번주에는 약속이 없네'라는 말에 "그러게"라고 짧게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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