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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한거북이 Oct 18. 2024

나, 괜찮을까?

03. 버켓리스트

핸드폰 메모장이 생각났습니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


은퇴라는 당연히 다가올 현실에 대해 나름 준비를 했고, 현실감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진리를 깨닫고는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계획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하고 차이를 메꿔줄 수정계획을 수립해야겠습니다. 자기 탄력성과 자기 존중감이 나를 지탱해 줄 거라는 믿음마저 배신하기 전에 가급적 빨리... 

 

3일째, 오늘도 모닝커피 한잔으로 자리 잡고 결코 달콤하지는 않지만 시원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모금의 차가운 목 넘김에 낯선 고마움을 느끼며, 핸드폰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둔 버킷리스트를 찬찬히 보았습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 2008년 개봉 영화인 '버켓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보고는 나도 메모해 두고 꼭 실천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 작성하기가 유행했었죠. 나는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메모장에 은퇴 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더 적어두었던 것 같습습니다. 


메모장의 첫 시작은 

"노후에 필요한 은퇴 키워드 "라는 보라색 볼드체 메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 안정적인 현금흐름 2. 공감능력 3. 평생학습. 이는 어딘가에서 보고 스스로도 중요한 메모라고 생각해서인지, 제일 앞에 적어두었습니다. 


다음엔 푸른색 굵은 채로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1. 자유롭게 2. 돈에 휘둘리지 않고 3. 세상에 의미 있게 4.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으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돈에 휘둘리지 않게'라는 메모가 나를 힘들게 합니다. 은퇴 후 삶에 필요비용에 대해 정리해 놓았고, 매월 Cash Flow를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생애필요자산 규모도 나름 정리해 둔 나로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롯된 예기치 못한 그 차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내가 원하는 삶의 기본 조건인 '돈'문제에 계속 얽매여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짜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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