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캠핑이 너무 하고 싶은 마음에 꿈을 꾸던 때, 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상상해 봤다.
백패킹용 짐은 평균 10kg 이상.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빌라다. 캠핑 장비를 집에서 들고나가면, 캠핑을 즐긴 뒤 다시 그 짐을 들고 올라와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여름이 다가왔다. 그때 좋아하는 수박을 주 2~3번 사서, 8kg 넘는 수박을 백팩에 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수박을 10통 넘게 사며 수박쟁이가 된 어느덧 8kg를 매고 5층까지 올라오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점차 무게를 늘려갔다. 일반 백팩에 수박을 담고 옮길 수 있다면, 허리와 가슴 벨트까지 있는 백패킹용 가방은 더 안정적일 거라 생각했다.
여름이 끝날 무렵,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고 캠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장소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구미 캠핑장이었다. 먹을 음식은 간단하게 편의점 김밥과 컵라면을 준비했다.
혹시 텐트를 못 칠까 봐 걱정되어 이른 아침부터 출발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가족들과 연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조금 낯설었지만, 준비물을 잔뜩 챙겼고 힘들면 그냥 바닥에 철푸덕 앉으며 텐트를 펼쳤다. 텐트를 다 치고 주변도 어느 정도 자리들을 잡았을 무렵 의자에 앉아 매점에서 산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뒤늦게 온 캠퍼들의 분주한 모습과 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봤다.
준비한 식사는 커피와 편의점 김밥이 전부였기에 금방 식사가 끝났다. 해가 지자마자 조명에 날벌레들이 몰려드는 걸 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것이 신의 한 수였다. 오른쪽 텐트에서는 아이가 울고, 왼쪽 텐트에서는 아저씨가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2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잠이 모두 달아나버려 텐트 밖으로 나와 산책도 하고, 물도 끓여 여유롭게 새벽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단 한 번이었지만, 내게는 큰 성공이자 자신감을 채워준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충만한 하루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