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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나 Sep 30. 2024

이별했고 요가를 합니다.

춤을 추는 나무가 되자, 브륵샤아사나(1)

 유연하고 후굴이 잘 되는 몸으로 요가를 하는 것은 참 즐거웠다. 열심히 수련하지 않아도 다리를 찢거나 상체를 뒤로 휙 젖히는 동작은 쉽게 흉내를 낼 수 있었기때문에 나는 요가를 꽤 잘 하는구나 착각했다. 요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던 때의 이야기다.


 가부장적이지만 생활력이 강한 아빠와 다정하지만 예민한 엄마 밑에서 자란 첫째 딸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대부분 다 들어주는 부모님 밑에서 "시집이나 가면 돼."라는 말을 꾸준히 들으며 커왔기 때문이다. 정말 어이없지만 불과 2년 전까지 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30대가 되기 전 까지는 이런 사고방식이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뚜렷한 직업도 없이 부모님 그늘 아래에서 하고싶은 것들을 다 하면서 살았던터라 스트레스도 없었고 밝은 성격으로 보여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나약했다. 부모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나는 자연스럽게 점점 엑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혼이란 결실없이 더티러브로 치닫는 장기연애에서 나의 멘탈은 한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항상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마음과 몸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준다. 마음이 뻣뻣한 사람은 몸도 굳어있고 아집이 있는 사람은 내려놓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난히 스탠딩아사나가 힘들었는데 특히 한발로 서는 동작에서 한없이 흔들렸다. 나의 상태를 반영하듯이. 당시 개인레슨을 담당했던 선생님께서는 그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아사나를 자주 시켰다. 한발서기를 할 때면 요가가 너무 재미없게 느껴졌지만 수련을 거듭하며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브륵샤아사나를 행할 때, 내가 전날 무엇을 했는지에따라 수련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오거나 하이힐을 신고 많이 걸었던 다음날은 발바닥의 감각이 둔했고, 불면증과 우울감을 더 심하게 느끼던 시기에는 짜증이 날 정도로 중심 잡기가 힘들었다. 아사나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조금씩 바꾸도록 했다. 운동화 신기, 매일 먹던 술 줄이기, 휴대폰 사용 자제하기, 책 읽기 등 사소하지만 어려운 것들. 그렇게 지금의 브륵샤아사나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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