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앞에는 감나무가 있다.
초반에는 몰랐다.
그 나무가 감나무였다는 것도, 그 나무가 거기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날이 추워지긴 추워졌나 보다.
나무에 있는 잎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가며, 열매를 맺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그 나무를 발견 한 후로부터는 학교를 끝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꼭 그 나무를 한 번씩 보고 가였다.
오늘은 감이 떨어졌는지 하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였다.
내가 감을 원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감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 감이 떨어진다면 나는 신나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겠다.
그 감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다.
열매라는 것은 정말 떨어지지 않는 거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여도 점점 떨어져 나가는 건 나뿐이었다.
감나무 아래 자그마한 시냇물이 있다.
항상 흘러가는 그 시냇물을 보며 나는
‘ 차갑겠다 ’라는 생각만 하였다.
날씨가 많이 쌀쌀한 편이니 손을 넣으면 얼음물처럼 차갑겠지?
손을 넣고 빼면 손이 빨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손을 넣어 만져보고 싶지만 그러려면 울타리를 넘어 바위를 내려가야 했다.
나는 시선을 쏠릴까 봐 시도하진 않았다.
하지만 매일 내려가서 물을 만져보고 감을 따보는 상상은 해보았다.
이번 연말이 지나기 전에 떨어지면 좋겠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찾아왔을 때라도 다 떨어지고 새 잎이 돋는 걸 보고 싶다.
나는 그 나무의 마지막과 새 시작을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