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고인이 있다.
그 아이는 항상 장난식으로 나에게 죽고 싶다 하였다.
나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는 정말 장난처럼 죽어버렸다.
나의 고인이 이제는 다른 의미의 고인이 되어버렸다.
나는 절망하였다.
그 아이를 다시 만나기를 절망하였고
다가온 현실에 절망하였다.
나의 초원은 그 아이와 함께 손 잡고 초원을 뛰노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할 수 없는 헛 된 희망이었다.
나는 너를 애정하였다.
지금도 물론 애정한다.
너에게 있던 정이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정이 되었다.
너를 애열하던 나는 너의 옆에서 애열하고 있다.
너의 운명을 나는 운명이었겠거니 하고 받아들인다.
이젠 주저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털고
너의 사진을 한번 더 보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난다.
* 고인 (故人)
: 오래전부터 사귀어 온 친구
: 죽은 사람
* 절망
: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또는 그런 상태 (絕望)
: 간절히 바람 (切望)
* 초원
: 맨 처음에 지닌 소원 (初願)
: 풀이 나 있는 들판 (草原)
* 애정
: 사랑하는 마음 (愛情)
: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哀情)
* 정 (情)
: 사랑이나 친근함을 느끼는 마음
: 혼탁한 망상
* 애열
: 사랑하고 기뻐함 (愛悅)
: 슬퍼서 목이 멤. 또는 그렇게 욺 (哀咽)
* 운명
: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殞命)
: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 (運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