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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Nov 20. 2024

아카데미느티나무 24. 11. 13.

어른이 되어서 다시 하는 말공부(4주 차)

말의 생로병사, 세상의 향방 - 생겨나는 말들과 사라지는 말들


언어는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생멸을 거듭합니다. 마치 우리 사람처럼 생명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역사성: 말은 탄생하고, 변화하고, 죽습니다. 언어의 역사가 생겨나는 이유도 이러한 순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언어는 언중들의 사회적 약속으로, 언어와 사회는 서로를 반영합니다.

빌런과 게토가 좋은 예입니다.  


빌런: 현재는 악당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사회적으로 착취당하고 소외되었던 집단을 의미했습니다.   


게토: 빌런이 주로 살던 집단 거주지역을 의미합니다.   


151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십자군의 무차별 유대인 학살을 막고자 유대인 주거지에 성벽을 두르고 거주 제한을 두어 보호했습니다. 베네치아 입장에서는 유대인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었지만,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감금이었기 때문에 꽤 힘들었습니다. 19세기에 폐지되었으나, 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 목적의 악명 높은 유대인 수용구역으로 부활시키면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현재는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주류 사회에서 고립된 소수자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변화했습니다.


강한 결속력에서 범죄 같은 악영향으로 인해 범죄 조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에 현재의 빌런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게토는 범죄 구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게토는 특유의 이국적 문화와 다양성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으로 의미가 변화했습니다.


언어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확장성[밥 -> 쌀밥 -> 곡식을 익힌 개념 한정 -> 우리가 먹는 식사]               


축소성[아르바이트 -> 일반적인 노동 -> 우리나라에서는 part-time job으로 축소됨]               


변질성[옥동자: 건강하고 어여쁘고 튼튼한 ->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 정종철 씨 -> 강한 뇌리 ->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은으로 변질됨, 양반: 계급 -> 비꼬는 뉘앙스로 변질, 인민, 동무: 그냥 친구나 백성 -> 북한에서 자주 쓰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됨]               


개선성: 터보[터빈의 접두어 -> 강력한, 쾌속으로 바뀜, 꽃띠: 화류계 종사하는 여성 -> 젊고 생기 있는 여성]               


은유적 확장[깨어나다: 잠에서 깨다 -> 계몽됨, 정신이 깨어나다 등의 의미로 확장]               


환유적 이동[머리: 수장, 꼬리: 부하]               


의미 변화[당근: 채소 -> 그럼 당연하지! (그럼 당근이지!), 당근마켓]               


언어는 시간의 흐름 속에 생성, 성장, 소멸의 과정을 거칩니다. 마치 인간처럼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이후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새로운 어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특정한 단어들은 세대를 거치면서 서서히 사멸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되는 어휘도 대중매체나 작가 등에 의해 다시 살아나 널리 쓰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꼰대'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매년 수백 개씩 새로운 말이 생겨납니다. IT 기술의 발달은 신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하는 촉매제인데, 대중매체의 파급력이 커지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샘’을 개통했고, 네이버는 오픈사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 언어에 빠르게 반응해 실생활에 쓰이는 어휘를 널리 반영하려는 노력입니다.


줄임말이 많고 혼종어가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엄친아, 느좋, 멘붕, 사바사, 케바케 등이 있습니다.


약해지는 한자, 드세지는 언어의 예로는 포도주 -> 와인, 정구 -> 테니스, 신라면 -> 푸라면 등이 있습니다.


최근 신어의 절대다수가 영어권 외래어입니다. 신조어의 70%는 10년이 지나면 사멸되어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됩니다. 다른 언어가 다시 생겨나면서 일상 언어로 쓰입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010년: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서~   


2012년: “어떤 상대”의 상대에게 끌려서~ -> 기독교의 반발로 취소됨   


2014년: “남녀 간”의 상대에게 끌려서~ -> 울며 겨자 먹기로 생성됨   


한국에서 유래된 영어 표제어는 외신에서도 이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왜 옥스퍼드가 이렇게 했을까요?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K-컬처, 먹방, 드라마) 때문입니다. 먹방, 치맥이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말들을 사전에 올릴 것인가?" 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는 솔직히 우리로 하여금 고민해 봄 직한 문제라고 봅니다.


생겨나는 말들, 즉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말들을 보면 신조어를 통해 시대와 문화의 흐름을 엿볼 수 있습니다. 6~7년 개정판을 비교해 보면 사회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특징: 속도 지향형, 초성 언어, 돈과 소비에 민감함 그리고 트렌드(사회상)에 민감합니다. (싫존주의 - 내가 싫어하는 거 존중해 주세요.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미덕이 됨)


PC의 발전, 더 빠른 소통의 욕구로 인해 더더욱 심화된 속도 지향성은 우리말을 더더욱 혼탁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하게 만듭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이렇게 말공부를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4주간의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말을 할 때 곱씹고 되새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 역시 말을 함부로 하다가 사람에게 상처 준 경험도 있고, 그 반대로 남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대가 발전하게 되면서 언어 또한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중에 죽음을 맞이하게 될 언어가 얼마나 될지, 또 유지되는 언어나 융합이 일어남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는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언어도 생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를 개강해 준 참여연대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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