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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Oct 18. 2024

ADHD 일기-18화(ADHD 진단)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 뒤 ADHD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2022년 8월 26일 금요일 날씨: 맑음 -> 구름

아침에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볼일을 보러 나간 사이 저는 밥을 먹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종합심리 및 지능검사를 하고 나서 2주 뒤에 결과가 나와야 정상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질문에 답하는 칸을 몇 칸 비우고 수정도 몇 번 했는데, 그게 이상하게 느껴졌을까요? 그래서 해석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심각한 결과가 나와서 그런 걸까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 왜?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점점 더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왜 이렇게 더딘지…


2022년 8월 27일 토요일 날씨: 맑음

아침에 쉬었습니다.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았습니다.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냥 죽지 못해 억지로 산다는 느낌입니다. 점심은 추어탕이었습니다. 어제 부모님께서 볼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실 때 어느 집사님이 운영하시는 추어탕집에 잠시 들러 받아온 것입니다. 그 집 추어탕 맛이 있습니다. 조금 뒤에 간식으로 피자식빵을 먹었습니다. 잠시 후에 아버지의 문서 작업을 도와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독수리타법이라서 그나마 타수가 빠른 제가 도와드렸습니다. 그 뒤에 일기를 썼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납니다.


2022년 8월 28일 일요일 날씨: 맑음

아침에도 우울했습니다. 교회에 다녀왔음에도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도 모자라 최근 들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은 '자업자득’이라는 단어를 바로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찌는 느낌도 듭니다. 에휴… 그나저나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을 보면 병원 측에서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각한 것이라서? 정말 그런가요? 굳이 숨겨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진짜로? 당사자는 속이 타 미칠 지경인데?


2022년 8월 29일 월요일 날씨: 흐림

아침에 아버지와 운동을 한 뒤에 저는 나머지 운동을 했습니다. 일기를 쓰는 순간에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글씨를 쓰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위해 요리를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조리병도 억지로 된 것입니다. 저는 조리병이 되기 싫어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했지만 인성검사에서 이상이 생겨 차수 조정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에 의해 반강제로 육군 사병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성적 선택이 마비되었고 선택 사항도 주어지지 않았고, 저는 결국 아무 선택도 하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네가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과연 그랬을까요? 정말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조금 더 기다렸다 차수 입대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렬하게 남습니다. 도대체 왜? 정신과 진단을 받으면 이상이 생겨 취업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두려움이 아버지를 사로잡은 것인가요? 그래서 군대만이 저를 고치고 바꿀 수 있다는 강렬한 믿음 때문이었냔 말입니까!!!!!!!!!!!!!!!!!!!!!!!!!!!!!!!!!!!!!!!!!!!!!!!!!!!!!!!!!!!!!!!!!!!!!!!!!!!!!!!!!!!!!!!!!!!!!!!!!!!!!!!!!!!!!!!!!!!!!!!!!!!!! 예?!!!!!!!!!!!!!!!!!!!!!!!!!!!!!!!!!!!!!!!!!!!!!!!!!!!!!!!!!!!!!!!!!!!!!!!!!!!!!!!!!!!!!!!!!!!!!!!!!!!!!!!!!!!!!!!!!!!!!!!!!!!!


2022년 8월 30일 화요일 날씨: 그날의 날씨를 적지 않았다. 그래서 알 수 없다.

운동을 한 뒤에 잠시 쉬다가 볼일을 보러 나가셨습니다. 저는 집에 있다가 병원에서 오라는 전화를 받아 오후 4시 30분에 예약을 잡고 병원에 갔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서불안, 우울증, 스트레스를 동반한 ADHD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앓아온 질병이 지금에서야 밝혀진 것입니다. 그동안 무엇이 저를 괴롭혀왔는지 저도 몰랐고 심지어 부모님도 다른 사람도 몰랐던 것입니다. 이제야 밝혀진 것입니다. 정말 제가 생각하고 의심했던 대로입니다. 의사 선생님께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일단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아니고, 운전면허에도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콘서타를 처방해 주셨는데 부작용을 알려주셨습니다. 약을 먹고 나서 입맛 없음, 졸림, 두통이 그 부작용이라고 합니다. 주의사항도 알려주셨는데, 폭식을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저에게 결과가 늦어진 것에 대해 사과하셨습니다. 담당자가 실수로 ADHD 설문지를 빼먹었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해방감을 맛본 기분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일기를 더 이상 손글씨로 쓰지 않겠습니다. 엑셀 파일로 남길 것입니다. 즉, 오늘의 일기가 손글씨로 쓰는 마지막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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