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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aine Nov 18. 2021

이름에 관하여

내가 고른 내 이름 ‘Elaine_일레인’

제프 고인스의 글쓰기 책을 함께 읽으며 매일 글쓰기에 도전하는 동료들이 있다. 매일 아침마다 친절하게 글감이 주어지는데 오늘의 글감은 ‘이름이다.


나의 본명은 엄마가 지어주셨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름이 아직도 여전히 낯설다. 예쁘다고 생각해   없는 이름이다. 동명의 사람들이 약간 있는데 남자  여자  정도 같다. 중성적인 이름이면 그냥 힙해야 하는데성부터 이름까지 종성이  들어찬 이름이라 나는 별로다.


내게는 애칭이 있었다. 예쁘다는 뜻의 포르투갈어 ‘보니따’. 나에게  빠져버린  남자가    내게 예쁘다는 뜻이 포르투갈어로 무엇인지 물어봤다. (나의 전공이 포르투갈 어이다) 나는 ‘보니따라고 말해주었고, 그는 그날로부터 죽는 날까지 나를 그렇게 불러주었다. 몇몇 사람들이 내게 그렇게 불러주어 보려고 시도했으나 어색했고 기분이 별로 였다.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명이면 족할 일이었다.


내가 처음 가진 외국어 이름은 포르투갈어 이름이다. 대학교 1학년,  원어민 회화 시간에 포르투갈인 남자 교수님이 앞면에는 남자 이름 뒷면에는 여자 이름이 빼곡히 쓰인 종이를   돌리면서 그중에서 이름을 고르라고 하셨다. - 생각할 시간이 너무 없이 고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고른 이름은 ‘Heroisa’였다. 대충 ‘헤로이사일거라고 생각했는데포르투갈어는 H 묵음이다. 털이 많은  남자는 나를 ‘애로이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느끼했다. 다음 주에 나는 ‘Clara’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다. ‘클라라 아니라 ‘끌라라였다.


 이후로 나는 포르투갈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이름들에도 정을 못주고 있었다. 종종 외국인들을 만나서 이름을 말해야  때가 있었는데,  이름을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해서 결국 이름의 마지막 자를 따서 ‘sun’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나는 결코 태양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sunny’  싫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변변찮은 영어 이름 하나 없이 살다가 어떤 계기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작정했다. 사실은 ( 이거 비밀인데) 얼굴 없는 가수가 되어 보려고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Elaine_일레인.  이름은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대학시절 실용영어를 가르치던 외국인 선생님의 것이다.  선생님은 너무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기에 나는 수강신청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이름을 흠모했던 걸까. 괜히  이름이 좋았다. 내게는 똘똘한 느낌, 쉽게 닿아지지 않는 느낌, 소유하고 싶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년 여자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란다. 의미를 찾아보니 lane 시골길이라는 뜻이다.  좋아. 나는 시골길 좋아. 하면서 결정했다. 우스갯소리로 ‘일낼 자를 써서일레인이라며 혼자 재밌다고 킥킥댔다. 핸드폰명을 아이폰 대신 Elaine으로 바꿨다. 노트에도 Elaine이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그렇지만 아무도 나를 일레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새로운  이름을 소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자신을 ‘Wonder’라고 소개했다. 신기한 이름이었다. 왠지 중성적인 느낌이 멋져 보였다.그리고 내게 이름을 물었다. 나는 초면에 결을 맞춰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본명을 말하지 않고 ‘Elaine’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분은 특이하게 본명보다 필명이나 닉네임으로 사람들을 부를 일이 많은 분이었고, 나를 부를 때도 본명이 아닌 ‘Elaine’이라고 불렀다. 그건 너무 좋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새로운 관계에서 타인이 나를 부를 , 나의 직함에는 웃기게도 ‘-자가 붙어 있었는데,

 놀라운  이름은 거추장스러운 -님자를 붙일  없는 것이었다. 혁명이다. 새롭게 나를 알게  사람이 나를 이렇게 부를  있다는  너무 좋았다. 행복하기까지 했다. 두꺼운 털실로 만든 무지하게 답답한 털목도리를 벗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나는  -님이 되기 싫었던  같다. 나는 그냥 나였으면 하는데 나이를 많이 먹은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님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버릴 수가 없었고, 그것들은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제 나를 ‘Elaine’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난다.  모임에서, 대화 모임에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그리고  ‘Elaine’ 다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솔직하고, 자유롭고, 취향껏 살고 싶다. 이제  이상 새로운 이름은  찾아도   같다.



 이름 너무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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