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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앤 Sep 24. 2024

음식으로 세계를 읽다 1

- 마카롱과 두부는 친구사이

우리나라 음식에 딱 어울리는 명칭이 있다면 어떤 이름일까. 한국음식 또는 전통음식,어딘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인이 먹는 음식이니 만큼 한국음식이라고 하면 됐지, 더 이상 적합한 명칭을 어디 있겠냐며 괜한 일에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음식에 아주 걸맞은 명칭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어색함이 있다.   

     

사실 세계화라는 바람을 타고 이미 한식에 이국적인 음식 맛이 진하게 베어 있다. 그렇다보니 이런 퓨전음식을 한국음식이라고 말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음식을 보고 전통음식이라고 한다면 아주 큰일이 저지른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거리며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식이 있다. 사찰음식이다. 사찰에서 주로 먹는 음식을 일컬어 말하는 것으로 채식 위주로 구성된 사찰음식은 정체성과 고유성을 견고하게 지켜나가고 있으니,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이젠 스님들과 불자들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일반인들까지 맛과 효능을 알고 즐겨 찾고 있어서 사찰음식 전문 식당이 생길 정도다. 사찰음식은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고기류를 사용하지 않아서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있을까. 바로 콩이다. 사찰음식엔 콩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연자와 콩을 넣은 연잎밥, 두부장아찌, 두부조림, 두부 애호박 된장국, 마 순두부찜 등이 대표적이다.      


끓인 콩물에 간수를 붓자 뭉클뭉클 뭉쳐지면서 순두부가 만들어집니다. 한 사발을 떠서 양념장에 얹어 먹으면 입안 가득히  고소함이 물씬 느껴집니다. 



두부로 만들기 위해 면포를 깔고 순두부를 부어줍니다. 



면포를 여머서 수분을 제거합니다.  물기가 꽉 짜지면 두부가 완성됩니다.


 스님들이 깊은 산중에서 수행으로 농사를 짓고 이를 이용하여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만들어 자연에서 얻은 싱싱한 식재료를 조리하니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심심하면서도 담백하여 먹어도 부대낌이 없으니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으로 찌들인 현대인들이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국토에 청정지역이 있다면 음식에도 청정음식인 사찰음식이 있다.      


특히 수행의 한 과정으로 삼고 있는 사찰음식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고 하니, 그 특별함이 더없이 크다.         


 색소를 넣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과 색을  살려 만든 소박한 마카롱 ! 수녀원에서 화려함을 치장하는 색소를 넣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비단 산중에서 수행하는 스님들만이 식물성 단백질인 콩을 이용한 음식을 먹었던 것만은 아니다. 수녀님들 역시 육식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몬드로 단백질을 섭취했는데, 마카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아몬드가루를 이용하여 영양이 풍부한 마카롱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런 이유로 수도원마다 특징이 있는 마카롱이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 마카롱이 전해지게 되었다. 

코크 2개를 이용하여 가운데 필링을 넣고 샌딩을 한 맛있는 마카롱은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마카롱 파리지앵이다.     


마카롱의 기원은 8세기경으로 이탈리아 베너치아에서 만들어졌다. 14세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 앙리 2세와 결혼을 하고 살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지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음식 맛이 자꾸만 생각이 났고, 결국 그녀를 따라온 요리사들은 꿀과 아몬드 그리고 달걀 흰자를 이용한 마카로네를 만들어 그녀에게 받쳤다. 마카로네가 발전하여 마카롱이 됐다. 


 17세기 부터는 왕을 비롯하여 프랑스의 귀족들까지 마카롱을  즐겨 먹게 되었고, 18세기 말엔 프랑스에서 독특한 마카롱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낭시 지방의 마카롱이 가장 유명하다. 낭시 지방엔 수도원이 있었는데, 이곳 수녀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마카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갈 곳을 잃게 됐고, 그녀들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의 마카롱 제조법을 알려주었다. 현재에도 수녀님들이 만들던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마카롱이 마카롱 드낭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마카롱은 결초보은의 대명사가 아닐 수 없다.  

  

두부와 마카롱, 이 둘은 분명 다른 음식이건만 서로 친구처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스님과 수녀님이라는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점, 그리고 식물성 단백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콩과 아몬드가 쓰였다는 점, 옛날에도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이라는 점, 끝없이 새로운 음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 등등이 닮은꼴이다. 두부와 마카롱은 개성이 강한 음식이지만, 이 둘은 닮은꼴처럼 생긴 친구다. 이 두 음식이야말로 세계인들에게 위안과 힐링을 자져다는 인류의 훌륭한 음식이다.   


 옛날에 비하면 식재료가 아주 다양해졌다. 영양소와 색감을 고려해서 우리음식에 이국 채소를 사용하여 조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새로운 식재료를 활용하여 한층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한국인만이 가진 놀라운 상상력과 창조성이 아닐 수 없기에, 전통음식의 보존이라는 틀에 갇혀 이처럼 훌륭한 재능을 썩히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한국음식 또는 전통음식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 고유의 음식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쯤은 꼭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전통음식의 조리법과 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발전을 꾀한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한층 더 나아가 전통음식의 원형성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음식이 변화와 발전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를지 궁금하다. 새로워진 음식을 즐기고 소비하는 만큼, 우리 고유성을 지닌 한국전통음식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마카롱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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