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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Nov 14. 2024

엄마! 쉬지 말아 봐!

저녁식사 후 무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초등딸이 독백하듯 뱉는다.


"엄마! 오늘 신기한 경험을 했다? 수학학원에서 문제를 푸는데 갑자기 feel을 받은 거야. 어? 이렇게 집중하면 계속 문제를 풀게 되겠는데? 왜 공부가 잘되지? 선생님께서 칭찬하시겠는데?"고 생각했단다.


 수학문제 푼 지 30분이 지났을까. 선생님께서 10분을 쉬라고 했단다. 10분은 핸드폰 게임을 한판 하기에 충분했지만, 짧게 지나갔다고 했다.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집중력은 온데간데없고 더 이상 수학문제를 풀고 싶지 않았단다.


오늘 느낀 걸 호들갑스럽게 설명하더니 급기야 "엄마 한번 쉬지 말고 공부해 봐!"라고 조언한다. "진짜라니까? 왜 안될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 봐. 쉬지 않고 집중하면  공부를 놓지  못하게 될 거야." 한다. 당연한 건데 곱씹게 된다.


요 며칠 의뢰자의 부탁으로 PPT 제작에 몰입하다가 제출했다. 임무 완료 후 내 공부 스위치를 못 켜고 있었다. 못 켜는 건지, 켜고 싶 않은 건지 넋이 나가있다. TV를 보면서도 입을 앙다물며 배터리 시동을 걸고 있었다. 엔진에서 삐걱거리는 소음 날 뿐이었다.


딸의 얘기를 들으며, '집중이 되든 안되든 내일부터 미친 사람처럼 안 쉬고 해 봐???'고 생각했다. 딸이 너무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자연의 비밀을 발견한 듯 설명했기 때문이다.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하다 보면 집중력이 생길 수 있겠다. Just do it!


 내일 아침부터는 내 작업을 주로 하며 짬날 때 출근하고, 짬날 때 밥 먹고 짬날 때 자야겠다. 엔진에 발동이 걸리나 안 걸리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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