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살았다면, 저녁식사를 계란 프라이, 김치, 밥으로 뚝딱 끝냈을 거다. 먹는 게 귀찮기 때문이다.
남편은 정성스럽게 요리해서 먹는걸 취미로 가지고 있다. 오늘도 남편은 저녁요리를 위해분홍 장바구니에 장을 봐서 퇴근했다.
중학생 아들은 수학학원과 영어학원 사이에 7시쯤 잠깐 집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고 나간다. 그래서 남편은 아들의 중간 귀가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차려 놓는다.
남편이 퇴근 후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봐온 품목은 낙지 3마리와 홍합이다. 각각 14,900원과 3,000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저녁메뉴가 낙지볶음일까 아니면 홍합탕일까 궁금했다. 남편이 요리를 편히 할 수 있도록 설거지를 하고 낙지를 손질하고 홍합을 깨끗하게 씻어두었다. 우리 집 주방장이 본격적으로 저녁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짬뽕이라고 한다. 엊그제는 새우짬뽕이었는데 오늘은 낙지와 홍합이 메인 재료인가 보다.
남편의 짬뽕 조리과정을 지켜보니,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볶다가 물 붓고 끓이기
복잡한 요리를 쉽게 하는 특기가 있다.
기름에 대파와 마늘을 볶다가 야채와 짬뽕가루를 넣고 볶는다. 마트표 청경채 대신 우리 집 텃밭의 시금치도 추가했다. 그러다 물을 자작하게 조금씩 추가해 가며 볶는다.
홍합을 넣고 뚜껑 덮어 끓이더니 집게 2개를 활용해 홍합살만 남기고 껍질은 빼낸다. 그리고는 손질된 통낙지와 해동한 해물을 넣는다. 통낙지는 익으면 집게와 가위를 활용해서 자른다. 해물과 낙지는 가장 나중에 넣어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수 있단다.
짬뽕 끝.
냉동 해물 반봉지로 충분하니 낙지는 냉동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낙지볶음할 때 활용하는 게 어떤지 설득했다. 오늘 싱싱하게 먹어야 한단다. 결국 too heavy 한 해신탕 짬뽕이 되고 말았다. 맛 하나는 끝내줬다. 초등딸이 내일 아침식사는 면을 삶아 짬뽕면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고, 아들은 다음번에는 해물 짜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오늘도 남편은 공모교장 원서 작성을, 나는 보고서 작성을, 초등 딸과 중학생 아들은 이번 주말에 있을 파이썬코딩 발표대회 PPT를 만들며저녁시간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