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근하고 장을 봐왔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남편이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본다. 그래서 남편의 가방 속에는 항상 분홍 장바구니가 있다.
남편의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오늘의 소비는 통오겹살, 1+1 비엔나소시지, 귤 한 상자다. 지난번에 구입해 둔 귤박스가 바닥을 보여 사놓나 보다. 입 짧은 초등 딸은 귤 하나만큼은 귀신같이 먹는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수육이라고 한다. 시댁에서 주신 김장김치 속재료와 곁들여 먹을 거란다. 그래서 통오겹살 한 덩이를 샀고, 수육 요리 과정에서 콜라 한 병을 넣는다고 한다. 콜라를 넣지 않는 요리법은 없냐고 물었다. 고기잡내를 없애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단다.
남편이 수육 요리법을 관찰해 보니,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다 때려 넣고 기다리기
간단하다.
풍년압력솥에 먼저 때려 넣은 건 대파 1대, 통마늘 7개, 양파 1개, 통후추 10알, 월계수 잎 5장이다. 야채 위에 통오겹살을 깔고, 된장을 치덕치덕 발랐다. 마지막으로 물 조금과 콜라 작은 한 병을 쏟아부었다.
압력밥솥이 추추추~거릴 때까지 끓이다가 중불로 바꿔 20~30분 더 끓인다.
다 때려 넣고 기다리니
수육이 되었다.
남편은 공모교장 원서작성을, 나는 보고서 작성을, 초등 딸은 파이썬코딩 발표대회 준비를, 중학생 아들은 수학숙제를 하며 저녁시간을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