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남편이 준비한 식사는 해물 짬뽕밥이다. 가끔 짬뽕을 만들지만, 이번에는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가 보여 끓였단다.
남편표 짬뽕이 어떤 맛이냐면.. 만약 남편이 짬뽕을 끓이다가 자투리 시간에 설거지를 하려고 한다면, 반동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튀어나올 정도다.
"설거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주방의 모든 허드렛일은 제가 할 테니,
당신은 귀한 요리에만 신경 써주세요."
천상계에 짬뽕이 있다면 이맛일 것이다. 이제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다.
남편에게 비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비법은 청정원 직화짬뽕 가루란다. 기대했는데 허탈하다. 뒷면 레시피대로 끓였단다. 냉동 해물모둠 1 봉지만 사면 되는데 자숙문어와 새우, 소고기를 추가로 넣었다고 한다. 단가로 치면 짬뽕집에서 사 먹는 게 가성비 있을 것이다.
치킨스톡 등 비밀이 숨겨있냐고 캐물어도 추가비법은 없고 봉지 뒷면 레시피가 비법이고, 라면처럼 가볍게 끓였다고 한다. 청정원 짬뽕가루가 저렴하다고 덧붙인다
무려 짬뽕인데 가볍게라니... 대기업이 재료배합을 잘한 걸로.
남편이 짬뽕을 끓이며 혼잣말을 한다.
집에서 1시간 10분 거리 공립 고등학교에 공모교장을 뽑는다는 공고가 났단다. 자연스럽게 몇 년 뒤면 교장으로 승진하겠지만, 40대 교감인 지금 공모교장에 도전해보고 싶단다. 학교폭력과 입시 관련 교육청 장학사 업무 경력 6년이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한다.
이미 교감을 하고 있으니 공모교장 만기 근무가 끝나도 교사로 복귀하지 않고 일반 공립학교 교장으로 복귀한단다. 해외 학교 파견이나 갔으면 하는데 교장을 빨리 나가고 싶은가 보다.
30 학급의 고등학교 경영 계획서의 초안 잡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다. 좀처럼 개인적 부탁을 안 하는 사람인데 정말 합격하고 싶은가 보다 했다. 나는 해당직무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기획서 작성이 주 업무이기도 하고 가장 흥미 있는 일이다.
남편이 사전조사를 부탁하며 몇 가지 키워드를 읊는다.
교육발전특구, 자율형 공립고, 기숙형 공립고,
기초학력보장, 자공고 신청계획서 샘플 확보,
창의적 교육관, 지역유관 기관 협력,
현안과제 2.0, 학교경영계획서 샘플 확보.
생소한 단어들이다. 전체 교육계 흐름을 이해하려면 교육부부터 각 시도교육청의 연관 정책과 산하기관의 정책연구보고서까지 섭렵해야 할 정도다.
당장 내과업이 있다. 내과업을 하다 토할 것 같을 때 남편의 자료조사를 병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