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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Nov 28. 2024

시각장애인을 구하겠다는 아들

중학생 아들은 밤 10시에 모든 학원 일정을 마다.


집에 오자마자 상기된 얼굴로
심장이 뛴단다.


 심장이 갑자기 뛰면 죽는다. 왜 심장이 뛰냐고 물으니, 오늘 도착한 부품 택배상자를 열며 코딩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에 신이 난단다.


아들이 심취해서 개발 중인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물 탐지 프로그램이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이미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물 탐지 프로그램은 많지 않아? 기존 개발된 물건과 네 결과물의 차별성은 뭐가 될 것 같아?"라고 물었다. 아들의 대답은 " 결과물은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가난한 사람도 쉽게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어"라고 다.


이번주 토요일, 아들은 현직 컴퓨터 선생님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 예정이다.


초등생 시절, 해당 대회에 첫 참가신청을 했었다. 코로나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었을 때이다. 대면보다 비대면이 익숙했던 아들은 큰 대회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보고 기겁했었다. 아들에게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의 발표가 첫 경험이었다. 도저히 대회장 문턱을 넘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대회장 뒤에서 울었다. 아들의 발표준비를 못 도와준 것 같아 미안했다.


아들에게 발표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나였다면 당장 집에 가자고 떼를 썼을 것이다. 도저히 스스로 포기한 대회장에 앉아있을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아들은 자신의 좌석번호가 적힌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 30명 학생들의 발표를 들었다. 그리고...


 20번 양○○ 학생은
기권하여 넘어가겠습니다란
사회자의 설명도 들었다.


고통스럽지만 성장하는 경험이 되길 바라며 뒤에서 조용히 응원했다.


이후 지속해서 코딩 공부를 했고, 다음 해 대회에서는 우수상과 상금을 받았다. 올해에도 초등 여동생과 각각 대회에 참여하는데 아들은 라즈베리 파이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대학원에서 코딩 관련 과목을 한 학기 들었었다. 파이썬을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공대생들과 같이 들었다. 문과생인 내가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겨우 한 학기를 끝마쳤다. 딩은 문이과 학문 융합의 적절한 수단이며, 창작하는 걸  좋아하는 아들의 적성에 겠다는 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서서히 텍스트 코딩과 데이터 사이언스의 세계로 유인 중이다.


 최종 진로는 본인이 결정하겠지만, 경험의 폭을 넓혀주고 싶었다. 증폭제는 결국 수학이라는 말에 심화수학과 일반수학을 따로 배우는 중이기도 하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서울과 가깝지만, 읍면지역 시골이라 코딩학원이 없다. 래서 아들은 4년 전부터 두 기관의  원격 코딩 과정매 학기 강신청하며 병행 중이다. 한 곳 텍스트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이고, 다른 곳은 통계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 대과정이다. 


아들이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 취미가 생겨 다행이다.


이번주 토요일, 남편은 아들의 대회장에서, 나는 초등 딸의 대회장에서 발표를 들을 예정이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한 뼘씩 경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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