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며 스팸에 아침식사를 하고 나가란다. 스팸이 식을까 봐 다 굽지 않고 반만 구워놓았다고 한다. 먹기 직전에 앞뒤 2분씩 더 구우라고 당부했다.
남편이 아침식사를 차려놓지 않으면 아무래도 다 굶을 것 같은가 보다. 아니면 아침식사 준비는 남편의 일이라고 머릿속에 시스템화된 것 같다. 스팸은 구울 수 있는데...
어제는 초등 딸의 학교 준비물이 '볶음밥'이라고 했다. 남편이 새벽 5시 30분에 집 앞 24시간 식자재마트에서 장을 봐왔다. 그리고는 뚝딱뚝딱 볶음밥을 만들었다. 딸은 학교 요리수업에서 삼각김밥을 만들 거라며 밥알이 잘 붙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곤히 자고 있는 딸을 깨우지 않고 남편이 내게 몇 인분인지 재차 확인했다. 4명이서 2개의 삼각김밥을 만든다고 알려주고 나는 다시 들어가서 잤다. 재료가 이상하게 많다 싶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프라이팬 두 개에 각각 다른 버전으로 볶음밥이 만들어져 있다. 분명 초등 여학생 네 명이 2개의 삼각김밥을 만들 분량이라 했는데...
성인 10명도 먹겠다. 겨울에 길게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매일 냉장고 비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 복병이 있다. 계속해서 음식을 생산해 낸다. 딸이 극구 괜찮다고 해도 참기름병과 김자반, 쟁반, 비닐장갑, 여분의 비닐, 수저 등도 싸놨다.
결국 딸은 두개의 프라이팬 중 찰진 볶음밥을 선택해 도시락을 싸갔다. 아침식사를 볶음밥으로 먹었으며, 내 직장 점심도시락도 볶음밥을 싸갔고, 퇴근해서도 4인 가족 볶음밥을 먹었다.
당분간 볶음밥은 먹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