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남자친구를 기다릴지 고민이라면
전직 곰신이 알려주는 꽃신을 못 신는 이유
21살 무렵 1년 동안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렸다.
그때 당시에는 자대에 배치된 후에도 휴대폰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서 싸지방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하거나 비싼 돈을 주고 콜렉트콜로 전화를 해야 했다. 내 주위 친구들은 나를 포함하여 4명이 군대를 기다렸는데 나는 일말상초에 헤어졌고, 나머지 세 사람은 꽃신을 신은 후 일정 기간 연애를 지속하다가 모두 남자가 이별을 고했다.
사람들은 왜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거나 전역하면 헤어질까? 전직 곰신으로써 그 진실된 이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군대를 가서 헤어진 게 아니고 헤어질 때가 돼서 헤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보통 20대 초반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가치관을 맞춰보기는커녕 스스로의 가치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한순간의 설렘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런 순수한 나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20대 초반은 외모가 이성을 만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그렇다 보니 성향을 맞춰볼 새도 없이 랜덤 뽑기처럼 상대가 매칭되고 모든 경험이 처음이니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잘 대처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멀어지는 것이다.
군대가 2년 정도인데 군대 간 커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만나 매일 데이트하는 커플도 2년이면 헤어지는 커플이 엄청나게 많다. 군대 가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2년이면 원래 다들 많이 헤어진다.
만약 여자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물론 군대가 헤어짐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아끼는 동생이 남자친구의 군대를 기다릴지 묻는다면 난 '당장 헤어지지 말고 기다리되 2년을 모두 기다리는 건 보류해 봐'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건 나름 재밌고 좋은 추억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예쁘고 어린 나이에 얼굴도 자주 보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2년이나 기다리는 건 청춘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물론 서로 결혼을 약속했거나 모든 걸 초월할 사랑이라면 끝까지 기다려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근데 나도 그때는 초월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바람을 피우긴 했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일단 나는 그랬다.)
군대를 기다리는 곰신과 군화 친구들을 보자면 귀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젊음과 사랑을 바쳐 우리나라를 지키주는 군화분들과 군인 분들 그리고 그들이 힘낼 수 있게 곁을 지켜주는 곰신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나의 짧은 글이 그들의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