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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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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휘 Oct 07. 2024

가난이란 건 목에 걸린 알사탕 같은 것.

잘 웃다 웃음이 사라지는 그런 경험 다들 한 번 씩 해보는 거 아니었어?

 청포도 알사탕 다들 드셔보셨는지 모르겠다.

 먹고 있다보면 혀가 아릴 정도로 단 그 연두색 사탕 맞다.

 나는 그 사탕을 잘 먹지 않는다.

 어릴 때 남동생이 먹다가 목에 걸린 걸 눈으로 봤던 탓일까. 나도 그럴까 무서워서 잘 먹지 않는다.

 혹여나 먹게 되더라도 깨물어 먹는다. 산산조각내서 내가 목으로 넘겨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학과에서 주최하는 큰 행사가 있다.

 그 행사에 가려면 드레스코드도 맞춰야 하고 꽤나 개인적으로는 돈이 드는 일들이 많이 생기더라.

 

 "어우, 그건 아빠가 못 해 주겠다. 요즘 힘들어."


 (아, 가정폭력 생존자이지만 아직은 같은 집 안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얹혀살고 있다는 사실은 TMI로 붙여두자. 나는 잠시 본가를 나갔다가 지금은 집에서 얹혀 사는 캥거루족이다. 아마 어머니나 아버지가 들으면 뭘 얹혀사는 거냐고 아서라 말을 하겠지만 나이 든 자식 입장에서는 이런 말 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한 번 집을 나가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점점 더 지울 수가 없다.)

 

 그 말을 듣고 아... 라는 탄식 밖에는 나오질 않더라.

 누군가는 그 나이까지 집에 얹혀살 수 있는 게 능력 있는 양육자 밑에서 큰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해외 여행도 한 번도 못 가본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못 타봤다.) 그런 사람이다. 아마 이런 사람 요즘엔 흔치 않겠지.


 이런 식으로 거절 당해 본 경험은 사실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렸을 때에는 "나중에..." 라는 말로 항상 기회를 놓쳤던 것들이 많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번엔 힘들 것 같다." 라는 말로 맞닥뜨리게 되는 그런 상황들.


 하루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청년 유럽 여행 전단을 보고 아버지께 혹시 여름방학 때 갈 수 있을지 허락을 구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도 거절 당했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힘들다는 말. 나중에라는 말이 반복되면 아이는 알게 된다.

 아 우리 집은 이런 거 잘 할 수 없는 집이구나.

 거절이 쉬워지면 무기력도 쉬워진다.

 

 턱, 하고 알사탕이 목에 걸린다.

 

 나는 청포도 알사탕을 싫어한다.


 그 턱, 하고 알사탕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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