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휘의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휘 Oct 24. 2024

작은 목소리가 속삭일 때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종종 나의 알맹이만 남는 상상을 한다. 나의 겉껍데기들, 살, 뼈가 없어지고 난 이후에 남는 나의 의식이 하나의 목소리가 될 때 나는 비로소 하나의 내면이 된다.


 밤이 되어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그 감각.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손으로 잡힐 듯 느껴지는 그 감각.


 외부의 소리에 밀려 듣지 못했던 그 소리들. 나의 목소리다.


 오늘은 10월 24일 목요일.


 전공 시험을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동네 카페에 앉아 다음 시험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사실 오늘 카페 와서 내내 불렛 저널만 만들고 그리고 꾸미기만 했다는 것은 비밀이다.)(그 덕에 얼음이 녹아서 커피가 연해지는 줄도 모르고 집중했다.)


 오늘도 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나의 도구인 펜과 노트를 꺼내 아이디어 로그를 적는다.

 

 아이디어 로그는 별 것은 아니다. 내가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영감을 적기 시작했던 게 습관이 되어 아이디어 로그라는 하나의 코너를 나 혼자 만들어서 적는 것이다.


 이건 내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나의 목소리를 한 번 잃기 시작하면 다시 찾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써야 한다. 외부의 소리에 흔들려 나의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한 나의 플래그라고나 할까.


 요즘 나의 작은 목소리들은 내 꿈인 연기자와 작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


 그리고 요즘 정년이에 나오는 김태리 배우를 보면서 과연 내가 배운다고 저렇게 창을, 노래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처음으로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 하는 자신감이 있는 말이 나와도 모자랄 판에 다소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니까 자신감이 훅하고 떨어진다. 그래서 작가라는 한 우물만 파야 할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필력이 좋다는 이야기는 동기한테 들어본 적이 있으니까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그러더라. 재능이 있었다면 이미 백 번 천 번이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거라고. 나는 사실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기 학원을 다닐 때 (물론 테크닉은 많이 부족했겠지만) 나의 색깔이 잘 묻어나게 연기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연기 선생님께 들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배우의 꿈을 키워온 것인데 기성 배우들이 하는 연기를 보고 감탄하면서 왠지 작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유의미한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를 하기에는 아까워서 하다못해 오디션이라도 한 번 보고 포기하고 싶어서 배우라는 꿈을 잡고는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춤에는 (배우면) 자신있어도 노래는 (배워도) 자신이 없는 걸.


 한편으로 점점 나의 자의식이 현실적이 되어가는 것 같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로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예술가로 투잡이라니. 그건 좀 힘들지 않겠는가.


 어떻게 해야할까.

 오디션이라도 보고 그만둬야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갈아엎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