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오늘도 나는 학교가 끝나고 동네 카페에 왔다. 중간 고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실 공부는 안 되고 있다.
사실 나는 카페에 도착하고 2시간 동안 철학적인 질문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중이었다.
하고 싶었던 일(글 쓰기, 연기 공부하기)들이 해결이 되고, 대학생활도 나름 순항 중이고, 건강도 되찾아 가고 있는 지금의 이 시점에서 덜컥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맞닥뜨렸다.
사람은 왜 사는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이뤄내고 나니 맞닥뜨린 공허함이 불러온 커다란 질문이었다.
인간은 원래 고독한 존재다. 그것으로 인해 기인한 고독감과 공허감은 이제 디폴트라는 것은 마음으로도 머리로도 이해한 상황이다.
근데 이 질문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익명으로 글을 올려 그 답을 읽어보기도 하고.
대강의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자면, 삶의 이유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내가 정립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가치롭게 여기는 건 재미와 즐기는 태도다. 기나긴 삶이 재미가 없다면 그것도 참 안타까운 인생이지 않겠는가.
난 그래서 내 삶의 이유를 재미있고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라 정했다.
’그래 그래. 그렇다면 나는 재미있는 삶을 살아야지.‘ 하며 2시간만에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리고서야 전공책을 가방에서 꺼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은 되지 않는다. 난 전공이 재밌어서 결정한 게 아니라 세상의 흐름 때문에 결정한 거였으니까.
요즘 계속 절감하는 생각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는 이 말을 부정했었다. 그건 아니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찾아 헤매다가 결국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작했다.
그러는 지금 현재, 그 하고 싶은 일들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 사이 사이에 조각 조각 끼워져있는 하기 싫은 일들을 해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경험을 해버렸으니까.
밤에 글 쓰기 강의를 듣기 위해서라도 전공 공부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힘들다니. 딴짓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다시 전공책으로 눈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