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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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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휘 Oct 14. 2024

나는 왜 떳떳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작아질 필요는 없었는데

 월요일. 교양시간. 일전에 말했던 개인적으로 돈 많이 드는 학교 행사에 참석하느냐고 물어보던 같은 과 동기가 있었다.


 “아니. 나 그 날 어디 가야해서...”


 이렇게 말을 얼버무렸지만 질문을 한 나의 동기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그 가격이면 가평 놀러가는 게 더 낫지 뭐~ 차라리 그러자고 친구랑 이야기했어~“


 솔직하게 말하는 동기의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


 반면에 나는 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냥 참가비가 좀 비싸서 못 갈 것 같다고 이야기만 했으면 됐는데. 그 말이 왜 입에서만 맴돌고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작아질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나는 아무래도 가난이 내 몸에서 풍길까 전전긍긍했던 것 같은데.


 왜 나는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사실 집에 정확히 얼마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있고, 말 그대로 먹고 사는 것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상은 전부 내 추측일 뿐이다. 친부가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째 집의 분위기는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주고 학교까지 가게 해줬으면 다 해준 거지 뭘 더 바라냐는 눈치다.


 친부는 한사코 집의 재산을 알려주지 않으려 한다.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나의 모친도 모른다고 했다. 경상도 베이비 부머 세대 가부장의 마지막 자존심인 건지 그렇게 매번 자신이 힘들게 일을 함을 온 가족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면서도 알바를 하러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나와 모친에게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경제권을 꽉 쥐고 흔들면서 모든 가족 구성원의 정신을 쏙 빼놓는 것은 덤이다.


 모친은 그렇게 생활비만 겨우 받으며 30년 가까이를 묶여서 살았고, 나는 아직은 체력이 되질 않아서 저번에 알바를 그만두고는 아직 알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다.

 어제 저녁에 하지 못한 샤워를 하느라 아침에 5시에 일어났더니 참 피곤한데도 나는 지금 카페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중간 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시험 공부를 한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 이런 저런 생각들에 부딪힌다. 그러다 내가 왜 대학에 왔는지 궁금해지는 지경까지 이른다.

 분명히 지성의 상징인 대학에 들어왔던 것 같은데 현실적인 문제가 날 자꾸만 숨 막히게 한다.

 

 곰곰히 생각을 이어가다가 ‘아, 대학 졸업장 따려고 들어왔지.’ 하는 내 마음 속 답변에 다시 한 번 전공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월요일은 산뜻해야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언제쯤 가난은 나의 정신을 얽매지 않을까.

 가격표를 보지 않고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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