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바다, 그리움의 물결 속에서

by 세바들

고향 바다는 내 삶의 지층 깊숙이 각인된, 특별한 의미의 공간이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이야기들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젊은 날, 벗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며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던 시간은, 그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벗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모여 하나의 영원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새로운 시작을 염원했던 그 시절의 풍경이 못 견디게 그립다.

꿈을 품고 바다를 누비던 소년의 시절, 그야말로 무한한 자유가 내 것이었다. 바다의 넓은 품 안에서 나는 끝없는 가능성과 더불어 희망이란 이름의 푸른 씨앗을 키웠다. 허나 세월은 흘러 이제 주름 깊어진 노년의 얼굴로 거울을 마주한다. 그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련한 바람은 현실의 벽 앞에서 희미해지지만, 고향 바다는 여전히 나에게 감미로운 파도 소리로 안부를 물어 내 마음에 감사함을 채워준다. 바다의 파도는 내 영혼의 해후처럼 다가와 오랜 상처를 고요히 토닥인다. 특히 어려웠던 시기, 이곳에서 또래 친구들과 나눈 값진 추억들은 늘 내 마음의 든든한 위로가 되어 주곤 했다.


여름의 작열하는 더위 속에서도 그리운 고향 바다의 파도는 내게 솟아나는 힘을 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연약한 마음조차 기댈 수 있게 해주는 바람의 품에 안기곤 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 시절, 바람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지극히 투명한 상징이었고, 그 품 속에서 나는 소리 없이 꿈을 키웠다. 깊어지는 그리움만큼 파도는 내 마음속에서 더욱 강하게 메아리친다. 때로는 그리움이 쓰리게 아파오기도 하지만, 이내 그것 또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향의 바다에서 보내던 평온했던 날들은 언제나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경험으로 남아 있다. 사랑과 추억으로 가득 찬 그 시간들은 내 마음 깊은 곳에 고스란히 봉인되어,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과도 같다. 그곳에서 세상을 향해 내딛었던 첫걸음은 이제 지나간 세월의 무게로 인해 힘없는 걸음으로 변했지만, 그 기억만은 나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내 삶에서 잊혀 가는 모든 순간들 또한 그리움의 흐름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찾는다.


고향은 항상 내게로 달려오는 물결과 같아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을 촉촉이 적셔준다. 물결들이 밀려오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를 감싸 안는다. 그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영원한 실타래이며,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근원이다. 고향은 나의 뿌리와도 같고, 언제나 나를 진정한 나로 돌아오게 하는 불변의 힘이 있다.


이제 나는 고향의 바다를 다시 찾으려 한다.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감미로운 파도 소리와 함께 나의 어린 시절과 재회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곳에서 나는 왜 내 삶이 이곳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거대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고향의 물결은, 내가 지켜온 추억이 영원히 흐르는 강이며, 그래서 고향 바다는 언제나 나에게 삶의 원천이자 결코 마르지 않는 힘이 되는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