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적당히
어느 정도만
이만하면 되겠지?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괜찮아 보일 거야….
눈속임하며 그럴듯하게 살아온 세월은
내가 완벽하게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원의 한가운데가 아닌 그 언저리에서 만족하고 살아온 것들이다.
잘 산 것이 아니다. 적당히 산 것이다.
‘이만하면 된 거야’
그것이 잘 살고 있는 줄로 속고 있던 것이다.
적당히.. 티 안 나게…. 아무도 모르던 것
그것을 내가 안 것이다.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이 선물 같은 앎은
나에 대한 예의 없음과 삶에 대한 성의 없으므로 다가왔다.
삶은 그 정도가 아닐 텐데. 나는 쩨쩨하게 그 정도가 아닐 텐데.
적당히….라는 어느 정도의 만족감으로 참 많이도 속아왔다. 그리고 속여왔다.
그래 나는 속은 거야.
나는 들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숨어있었다
너무나 교묘해서 정말 깜빡 속은 거지.
스멀스멀 밑바닥부터 슬픔이 차올랐다.
왜지? 왜 서글프지?
내 몸속 저 아래부터 시작해 턱 끝까지 출렁이는 이 강물은 뭐지?
슬픔과 서글픔.
왜 그렇게 겁쟁이로 위축돼서 살았느냐고.
왜 그렇게 중심에 들어가기가 두려웠냐고.
왜 언저리에서 만족하고 살았느냐고.
ㅠㅠ
출렁이는 강물이 눈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턱이 아닌 눈까지 차올라 거대하게 출렁이는 눈물.
회한의 시간이다.
깜빡하면 그냥 다 속는.
’ 온 마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온 마음…. 단어만 읊조려도 가슴이 넉넉해진다.
발걸음에 진정성이 실리고 태도에서 아름다움이 일렁이는 그런 마음.
섞이지 않아서 순수하고, 적당히로 가리거나 속이지 않는 전부의 마음.
나는 그것이 나 자신에게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에게 속거나 속이지 않는 것부터 말이다.
온 마음이 그대로 내 호흡 속에 닿아야지
내 호흡이 삶으로 나타나 꽃으로 피워져야지.
나는 온 마음으로 살 거야
나는 중심에 들어갈 거야
원 한가운데서 아주 고요해질 거야
숨지 않고 속지 않고 속이지 않고
나에게, 삶에게 예의를 다할 거야
그렇게 사랑할게.
한 걸음 더! 한 골짜기 더! 들어가 볼게.
다 해서 살게.
그럴 때만 만날 수 있는 삶의 신비가 있지.
내 인생 참 경이롭고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어.